예비 은퇴자 잡아라…노후설계 서비스 봇물

우리투자증권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100세 시대 인생대학’ 첫번째 강의가 지난해 10월9일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이 대학 한경혜 교수(아동가족학)의 강의를 듣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금융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제공
연구소선 멘토 방식 교육프로그램
제2인생 종합설계 협동조합도 출범

50대는 은퇴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은퇴준비지수’를 보면, 뜻밖에도 50대보다 30대가 각종 연금 등 미래 재무설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퇴직을 앞둔 50대는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에 해당한다. 한국전쟁 뒤 폐허를 딛고 태어나 산업화 시기를 거친 50대는 어찌 보면 노후 대책은커녕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실직 위기 시기에 살아남기에도 바빴던 세대다.

은퇴가 임박한 사람한테 가장 필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제대로 된 준비와 설계다. ‘인생 2막’은 단순히 재무 설계에서만 시작하는 건 아니다. 자식 뒷바라지에 정작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50대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관련 단체 등에서 마련해 놓은 은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봐도 괜찮다. 최근엔 예비 은퇴자들을 붙잡기 위한 금융권의 시장선점 경쟁도 뜨거워졌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8일 누리집(life.miraeasset.com)에서 ‘은퇴 스케치북’을 열었다. 온라인을 통한 일종의 은퇴 시뮬레이션 서비스이다. 직장 일로 여유 시간이 없는 예비 은퇴자들이 인터넷에서 직접 은퇴 비용을 계산하고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짜였다. 신한은행은 앱을 통해 은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스마트 미래설계시스템’을 개발해 시행중이다. 김평규 미래에셋생명 스마트비즈(Biz)본부장은 “100세 시대를 맞이해 자녀교육·결혼, 노후생활, 의료 비용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지점에서도 은퇴 설계를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 행복 디자이너’, 우리은행은 팀장급 직원들로 구성된 ‘100세 파트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각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은퇴설계 서비스는 노후 자금 준비를 비롯한 재무설계를 하는 데는 이점이 있지만, 인생의 가치를 중심에 놓은 나만의 생애 설계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멘토를 통한 좀더 다양한 삶의 가치와 네트워크를 원한다면, 관련 연구소가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두드리면 된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서울대와 손잡고 준비한 노후 준비 교육프로그램 ‘100세 시대 인생대학’은 교수들의 강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 이어 다음달 6일부터 제2기 교육프로그램을 개강하는데, 김난도·유안진 교수 등이 인생 후반기에 알아둬야 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게 흠이다.

올해 초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와 퇴직연금연구소가 통합해 재출범한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직장인 상대의 강의와 이슈 분석지 ‘은퇴 리포트’ 발간 등을 통해 은퇴 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은퇴자를 위한 협동조합도 생겨났다. 지난달 출범한 ‘서울 은퇴자 협동조합’은 금융설계 위주의 은퇴 준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은퇴 뒤 창업과 재취업, 사회봉사, 공동체 활동 등 생애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대 조합장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을 지낸 우재룡씨다. 우 조합장은 “행복한 노후 준비를 위해 비재무적인 은퇴 설계가 중요해졌고, 모여서 노후 준비를 하면 비용도 적게 든다”며 “세계적으로 공동체 활동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