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버진아일랜드 등 4곳에…
2년새 2배늘어…“저금리 추세때문”
2년새 2배늘어…“저금리 추세때문”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재산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과세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의 조세피난처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피난처란 투자자 명단이나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수익에 대해 거의 세금을 물리지 않는 곳을 말한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케이만군도·버뮤다·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 4곳에 대한 국내 법인(금융제외)의 투자 신고액이 지난해 말 현재 16억2290만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 말 신고잔액보다 56.8%(5억9000만달러, 약 6600억원)나 증가한 규모이며, 2010년과 견주면 2년 만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카리브해의 케이만군도에 투자한 잔액이 2012년 말 현재 12억2940만달러로 가장 많으며, 이어 버뮤다 3억2230만달러, 버진아일랜드 5100만달러, 말레이시아 라부안 2020만달러의 차례다. 특히 케이만군도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 효성 등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설립한 역외금융회사 14곳에 송금된 돈이 2010년 4억171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2억2940만달러로 대폭 늘었다.
한은이 집계한 조세피난처 투자는 대부분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역외금융회사를 현지에 차려 송금할 때만 한은에 신고한 것으로, 전세계 40여곳에 이르는 조세피난처에 실제 국내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투자한 돈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 하면서 여유 자금이 많은 대기업들이 세금 혜택에 따른 수익률이라도 챙기려고 조세피난처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성호 의원은 “국내 대기업들의 조세피난처의 투자를 통한 역외탈세를 막으려면 국외금융계좌에 대한 신고 기준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가령 거주지 중심의 역외 과세기준을 국적 중심으로 바꾸고, 미국의 ‘조세피난처 남용 금지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에 본부를 둔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7월 기준으로 한국 기업이 조세피난처로 이전한 자산 누적액은 약 7790억달러로 중국(1조1890억달러), 러시아(798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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