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가 판촉을 위해 무료 가족사진 촬영권을 손님들에게 나눠주면서 촬영 대상을 ‘부부 동반 3인 이상’만으로 제한했다. 한부모가족이나 조손가족 등은 정상적인 가족으로 보지 않는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김경미(30·가명)씨는 최근 롯데하이마트 가락점에서 100만원이 넘는 에어컨을 사고 15만원어치 가족사진 촬영권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촬영 예약을 위해 사진관에 전화를 걸었다가 심한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부모가 이혼했고 외동딸인 김씨가 어머니와 같이 단 둘이 가서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사진관 쪽에서 ‘가족이 아니다’라며 촬영료를 요구한 것이다.
뒤늦게 김씨가 확인한 무료 촬영권에는 ‘부부 동반 3인 이상 촬영 가능’이라고 조그맣게 적혀 있었다. 기분이 상한 김씨는 아예 에어컨을 환불해버렸다. 김씨는 “15만원씩이나 되는 무료 촬영권을 나눠주면서 부부와 3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왜 달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관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촬영권 오남용을 막고 가족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대상을 부부 동반 3인 이상으로 제한했지만 사정을 밝히면 촬영은 해드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관을 찾는 이들이 굳이 ‘정상가족’이 아니란 사실을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복정숙 여성민우회 대표는 “남편과 아내, 자식들로 구성된 ‘정상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입관이 고스란히 투영된 사례다. 갈수록 한부모가족이나 조손가족이 늘어나는만큼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자 롯데하이마트 쪽은 시정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사진관 쪽에서 홍보 목적으로 먼저 판촉 행사를 제안해 와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사진관 쪽과 무료 촬영 기준에 대해 의논해보겠다”고 알려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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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가 판촉행사 나눠준 무료 가족사진촬영권. ‘부부 동반 3인 이상 촬영 가능’이라고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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