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금리 역전 석달째…
3년만기 국고채, 콜금리보다 낮아
금리 추가인하 기대에 격차 심화
한쪽선 “실물경제 반영” 해석도
한은선 “외국인 단기투자가 주범”
9일 금통위 회의 결과에 주목
3년만기 국고채, 콜금리보다 낮아
금리 추가인하 기대에 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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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통위 회의 결과에 주목
금융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금리가 금융기관간 단기자금 거래 때 적용되는 콜금리는 물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가 석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금리는 기간이 길수록 미래 위험이 반영되기 때문에 더 높은 게 정상이다. 시중금리가 결정되는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금리 변동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단기채권을 선호한다. 따라서 장기채권의 수익률(금리)에는 그만큼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런데 올해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어 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높은 ‘장고단저’가 아니라 거꾸로 ‘단고장저’ 현상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장기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진 결과이다.
장기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본격적으로 콜금리를 밑돌기 시작한 것은 2월7일부터다. 이후 6일 현재까지 한번도 콜금리보다 높아본 적이 없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무려 59일 동안이다. 4월 이후에는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벌어지는 추세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2일에는 3년물 국채 금리가 연 2.44%까지 떨어져 콜금리(2.76%)와의 차가 0.32%포인트로 벌어지기도 했다. 역대 최대치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해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장단기 금리의 역전현상을 심화시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장기금리의 지속적인 하락을 우리 경제의 침체 장기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리는 근본적으로 미래 실물경제에 대한 신호라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한은은 지금의 장기금리 수준은 실물경제와는 동떨어진 자금시장의 수급에 따른 결과로 본다. 한은 자금시장팀 관계자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9%에 이른 상황에서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점치고 장기물 국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에다 원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린 외국인 단기투자자들을 장단기 금리 역전의 주범으로 꼽았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은 2월 이후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2, 3월 두달 동안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10조46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5.9%(3252억원)나 증가했다. 외국인들은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쟁적인 양적완화와 금리인하 조처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고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물 채권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오는 9일 기준금리 조정 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당혹스런 현상이다. 기간이 길수록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장기금리는 수신(조달)금리, 단기금리는 대출(운용)금리에 연동되는 만큼 금리 역전은 금융기관의 수익기반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도 장기금리의 저공 행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힘들다. 자칫 시장의 압력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보다 한발 늦게 움직인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외국인 자금이 밀려온 만큼 기대가 충족되면 거꾸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 경우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양진수 수석연구원은 “어쨌든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국내 통화신용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야기한다. 국내 시장금리 형성에 대외변수나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의 채권 수요 기반을 넓히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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