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 기업 4곳중 1곳 이사보수 한도 늘려

현대상선은 지난해 1조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회사 쪽은 지난 3월22일 현대그룹 본사에서 연 주주총회에서 올해 1인당 평균 이사보수 한도를 지난해와 같은 11억원으로 정하는 임원보수 안건의 승인을 요청하자 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주요주주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막대한 당기순손실에도 불구하고 이사진에 과도한 보수가 지급되고 있으며, 올해도 이사보수 한도를 동일하게 유지하고 그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에 반대했다. 안건은 전원표결에 부쳐졌지만 표결 결과 찬성 66%, 반대·기권 34%로 원안대로 가결됐다.

사회책임투자 컨설팅업체인 서스틴베스트가 21일 시가총액 상위 180개사(12월 결산법인)의 임원 보수 현황을 분석했더니, 올해 주총에 상정된 이사보수 관련 안건은 한전기술을 제외하고 모두 원안대로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 1인당 보수한도 평균은 약 8억원이었다.

특히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경영실적이 악화됐음에도 올해 주총에서 4곳 중 1곳 꼴로 이사보수 한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가 전년보다 나빠진 기업은 99개사였고, 이 가운데 네오위즈게임즈, 코웨이, 금호석유 등 24개사가 이사보수 한도를 늘렸다. 67개사는 보수 한도를 동결했고, 경영성과가 악화된 기업 중 이사 1인당 보수한도를 줄인 기업은 8곳에 불과했다.

에스티엑스(STX)와 두산중공업, 한국전력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사 보수한도를 늘렸다. 에스티엑스는 그룹 전반의 실적악화로 인한 여파로 지난해 2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올해 이사 1인당 평균 보수한도를 11억4000만원으로 26% 늘려잡았다. 한국전력은 2011년 당기순손실 3조5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조2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사 1인당 보수한도를 4%가량 올렸다.

분석대상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평균은 전년 대비 각각 4.2%와 0.5% 줄었으나, 이사 1인당 보수한도는 2.3% 증가했다. 분석대상 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이 괴리는 더 커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평균은 각각 20.5%, 16.1% 줄었으나, 이사 1인당 보수한도는 2.5% 늘었다.

백지영 서스틴베스트 기업지배구조팀장은 “경영성과가 악화된 대다수 기업들이 구체적인 사유나 보수 산정 근거 등의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고 있다”며 “임원 보수 체계와 산정 방법, 지급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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