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기업설명회 개최 인색
남양 등 오너일가 중심 대부분
시장과 소통하며 정보공유 필요
남양 등 오너일가 중심 대부분
시장과 소통하며 정보공유 필요
직원의 막말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은 상장사 가운데 기업설명회(IR)를 안열기로 이름난 기업이다. 최근 1년 동안 증권가에서 나온 남양유업 기업분석 보고서는 딱 한 장뿐이다.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이 기업설명회를 수시로 열고, 같은 기간 80여건의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진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동서식품을 주력사로 둔 동서와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양회, 섬유업체인 태광산업, 비철금속 전문업체인 영풍 등도 기업설명회에 소극적인 기업들이다.
이들 상장사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투자자와 이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를 열지 않기에 증권가 리포트가 거의 없다. 또 기업 공개를 꺼리다보니 애널리스트의 탐방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 상장을 해놓고도 시장과의 소통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 기업만 그런 건 아니다. 기업설명회 전문연구기관 큐더스아이아르(IR)연구소가 전체 상장사 17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지난해 기업설명회를 한번이라도 개최한 기업은 10곳 중 2곳도 채 안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상장사 735개사 중 155개사(21.1%)가 설명회를 열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993개사 중 157개사(15.8%)만 개최했다. 기업설명회를 연 상장사는 전년에 비해 18%나 줄었다. 오현정 소장은 “경기 둔화로 경영이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고 하지만, 상장사라면 실적이나 사업환경에 상관없이 투자자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을 갖고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설명회를 외면하는 상장사들은 외형적으로 주식회사 구조를 띄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양유업처럼 국내 대표 분유업체로 성장한 1위 업체가 기업정보 공개에 인색한 것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기업설명회는 외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재무구조와 경영실적을 설명하고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는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되는데, 남양유업의 경우 오너 일가 중심의 소유지배구조에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그럴거면 왜 상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외부로 알리고 싶지 않은 게 많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양회와 인스턴트 커피로 널리 알려진 동서식품을 주력사로 둔 동서도 기업설명회를 열지 않다보니 시장의 관심에서 비껴나 있다. 태광산업은 일찌기 ‘황제주’(주가가 100만원 이상인 종목)에 올랐음에도 최근 1년간 아이아르 활동이 전무하다. 2011년 황제주에 오른 영풍도 기업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비철금속 업체인 영풍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에 이른다.
아이아르는 재무 공시와 달리 임의적인 기업정보 제공인데다 의무적으로 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상장을 해놓고도 기업 설명회와 정보 공유에 인색할 경우 투자자들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키우게 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가 법에 규정된 것만 공시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시장과의 소통은커녕 상장에 따른 책임을 등한시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상장사라면 재무 공시를 넘어 비재무적 기업 정보를 공유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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