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연구원 ‘한-일 수출기업 비교’
HSBC “엔저로 주변국 부담 가중”
HSBC “엔저로 주변국 부담 가중”
일본 아베정부의 공격적인 통화증발(아베노믹스·양적완화)에 따른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위험요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단기 외화자금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엔화 약세는 수출 부진과 함께 경기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26일 국제금융센터(KCIF)가 취합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보고서들을 보면, 대규모 양적완화를 특징으로 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무역구조상 아베노믹스가 아시아권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엔화 자금의 이동증가 등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이 커 통화가치 절상압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아베노믹스로 풀린 엔화자금이 주변국들로 빠르게 유입돼 이들의 통화절상 압력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국계 에이치에스비시(HSBC)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절상 부담을 거론하며, 이 때문에 각국 정부와 통화당국이 과도한 외화자금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연구기관에선 엔화가치 하락과 원화가치 상승 추세의 지속과 이에 따른 실물경제의 타격을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낸 ‘엔화가치 급락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가 무역수지와 관광수지 악화를 초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효과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연평균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올해 20% 절하된 100엔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 2.6% 줄고 무역수지와 관광수지가 각각 15억달러, 10억달러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는 5월10일 달러당 100엔을 돌파해 24일 현재 102.1엔을 기록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한 엔화 약세 추세가 이미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실제로 국외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한·일 주요기업의 매출을 비교해보니,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1.6%)에 이어 올해 1분기(-1.1%)까지‘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는 반면에 일본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올해 1분기 5.1%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한득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약세가 본격화한 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해 환율 변화가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자동차, 전기전자 등에선 영향이 이미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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