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법인 15곳 신고않고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관세청도 OCI 회장 등 12명 조사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관세청도 OCI 회장 등 12명 조사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들을 겨냥해 과세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29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이용해 재산을 빼돌렸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의심이 드는 역외탈세 혐의자 2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혐의자들 중에는 비영리 온라인매체 <뉴스타파>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공개한 재벌 사주와 임원 등 12명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업체 세무조사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 다만 법인 15곳이 신고를 하지 않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이어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기업명단과 중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자 23명 가운데 8명은 버진아일랜드, 다른 8명은 홍콩을, 나머지 7명은 파나마 등을 경유해 탈세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탈세 수법은 다양하다. 우선 버진아일랜드에서는 대기업 사주가 실질적으로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개인 재산이나 회사 자금을 옮겨놓고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수출과 국외현지 생산을 국내 본사에서 실제로 수행하는데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에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이 중 일부를 사주의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한 사례도 적발됐다.
관세청도 <뉴스타파>가 공개한 이수영 오씨아이(OCI)그룹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12명을 상대로 조세피난처를 경유한 불법 외환거래 및 역외탈세 가능성을 분석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관세청은 특히 직접투자를 가장한 조세회피처로의 도피 및 역외탈세, 중계무역 가장 또는 수출입가격 조작을 통한 페이퍼컴퍼니로의 불법송금,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우회 지분투자 등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는 과세당국의 올해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다. 국세청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역외탈세 행위 83건을 적발해 479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현재 조사중인 것도 45건에 이른다. 그동안 국세청은 다양한 국제공조와 정보수집 창구를 동원해 조세회피처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역외탈세를 추적해 왔지만 관련 자료 확보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렇더라도 더는 머뭇거릴 수 없게 됐다. <뉴스타파>와 국내외 민간 감시단체, 언론 등에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의심 사례를 속속 발표하면서 과세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관련 외환거래에서 조세회피처 거래 비중이 15%이며 대외직접투자에선 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경유한 허위 무역거래나 이전가격 조작 여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탈세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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