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독 등 주요 선진국
주총전 사업보고서 제출해
주주의결권 온전히 보장
주총전 사업보고서 제출해
주주의결권 온전히 보장
국내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이 특정일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은 올해에도 여전했다. 삼성·롯데·두산·씨제이(CJ)·신세계그룹 상장 계열사의 3월 주총 집중도는 100%다. 해마다 3월 특정일에 몰리는 기업들의 주총,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12월에 결산하는 상장기업들의 주총 일정이 3월 셋째주에 몰리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9일 내놓은 ‘주총 내실화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12월 결산법인들은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90일 이내)에 맞춰 주총 일정을 잡는다. 이로 인해 결산과 감사 절차, 개최일 2주 전 소집공고 등 일정에 따라 주총 개최일이 3월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 주총 승인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면서 주총을 사업보고서 제출 전에 열도록 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주총을 열기 전에 사업보고서를 미리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3월 한 달 동안 주총이 몰리는 반면, 미국 기업들은 사업보고서를 3월 말까지 공개한 뒤 4~5월 두 달에 걸쳐 주총을 개최한다.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가장 중요한 공식서류인 사업보고서가 미리 공개되므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정보 접근에 제약이 없는 셈이다.
미국 말고도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이 주총 전에 사업보고서를 미리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너럴일렉트릭(GE), 브리티시텔레콤 등 주요 나라의 기업들이 주총 공고일에서 개최일까지 40~80일 정도의 여유를 두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주총이 임박해서야(20일 전후) 일정과 안건을 공시해 일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주들이 직면한 정보접근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총을 사업보고서 제출 전에 개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총 전에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에게 송부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총 개최일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이후로 잡는다면 주총 소집공고 기한(2주 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송 위원은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의 주총 쏠림은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694개 상장사들이 3월에 주총을 개최한 빈도는 80%를 넘는다. 특히 3월22일 47%(323개사), 3월29일 18%(127개사) 등 특정일에 주총이 몰렸다. 모든 계열사의 주총을 같은 날에 개최한 기업집단은 삼성과 씨제이, 롯데, 신세계, 두산 등 5개 그룹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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