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이 회장은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2013.6.25/뉴스1
이재현 CJ그룹 회장 검찰 출석
25일 오전 9시35분께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멈춰섰다. 이재현(53) 씨제이(CJ)그룹 회장이 탄 승용차였다. 비서가 승용차의 문을 열자, 옅은 회색 정장 차림에 같은색 계통의 넥타이를 맨 이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갈색 뿔테 안경을 쓴 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표정은 담담했다. 굳은 표정의 이채욱 씨제이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 김철하 씨제이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 이관훈 씨제이㈜ 대표이사 사장, 씨제이그룹과 씨제이제일제당 홍보실장을 맡고 있는 신동휘 부사장이 차에서 내리는 이 회장을 맞았다.
이 회장은 신 부사장, 비서와 함께 취재진 앞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씨제이 관계자는 “회장님의 건강이 최근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 서자 이 회장은 잠시 아무 말없이 정면의 카메라들을 응시했다.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 받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뗐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이 회장은 두 손을 모은 채 굳은 표정으로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경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검찰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서미갤러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여부와 횡령·배임 혐의, 2008년 선대로부터 상속받았다고 밝힌 자금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업 총수로서 개인 비리로 계열사 임직원들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데 대한 생각과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2분 가량 짧게 진행됐고, 오전 9시37분께 이 회장은 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 비서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30여명의 씨제이그룹 홍보팀 관계자들은 오전 8시께부터 검찰청에 나와 대기했고, 이 회장의 검찰 소환을 묵묵히 지켜봤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등에서는 이 회장의 소환 전날인 24일 점심께부터 서울중앙지검 건물 앞에 중계차를 대놓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자금 관리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아무개(57·구속) 씨제이글로벌홀딩스 대표이사를 통해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하며 510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씨제이제일제당의 복리후생비와 회의비 등을 허위계상하는 수법 등으로 1998~2005년 회삿돈 600여억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쓴 혐의도 있다. 이밖에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350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조사한 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정연 김선식 기자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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