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일가 2456억
이건희 회장 일가 224억
최태원 회장·최기원 이사장 815억
증여세 물려도 ‘새 발의 피’
“고배당 못하도록 제한을” 목소리
이건희 회장 일가 224억
최태원 회장·최기원 이사장 815억
증여세 물려도 ‘새 발의 피’
“고배당 못하도록 제한을” 목소리
최근 5년 동안 재벌 총수일가들이 일감을 몰아받은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액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총수일가에게 증여세를 물리더라도 배당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을 것으로 추정돼, 배당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7일 대기업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올해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되는 30대 그룹 계열사의 총수일가들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해당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 현황을 조사했더니, 그 규모가 469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총수일가가 지분의 3% 이상을 보유하고,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30대 그룹 계열사 78곳을 대상으로 했다.
일감을 몰아받은 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 배당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에스케이(SK)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에스케이시앤시(C&C)였다. 최태원 회장이 지분의 38%, 동생인 최기원 에스케이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를 보유한 이 계열사는 두 사람에게 지난 5년 간 815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 이 회사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은 64.8%에 이른다.
그룹 전체로는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의 배당이 두드러졌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의 31.9%, 정몽구 회장이 11.5%를 각각 보유한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년 간 두 사람에게 781억원을 배당했다. 건설사인 현대엠코의 배당액도 666억원에 이른다. 정 회장과 자녀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같은 기간 372억원의 배당금을 안겨줬다. 최근 정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사회복지재단인 현대차정몽구재단에 자신의 이노션 지분 전량(20%)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 일가가 그룹 내에서 일감을 몰아받은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456억원에 달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는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에서 배당금이 발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의 8.8%,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각각 4.2%씩 보유한 삼성에스디에스는 이들에게 5년 간 141억원을 배당했다. 삼성에버랜드(58억원) 등을 합쳐 이 회장 일가가 일감을 몰아받은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24억원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배당은 주주의 권리이긴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배당’은 재벌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의 희생 위에 총수일가들이 챙겨온 부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증여세를 물려봤자 약간의 세금만 부과하고 면죄부만 줄 가능성이 크다. 일감을 몰아받은 회사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0~40%로 굉장히 높은데, 고배당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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