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l 그림자 금융
중국이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의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그림자 금융이 빚은 막대한 금융부실이 드러나 신용거품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것입니다. 이에 따른 신용경색은 중국 내 기업투자와 민간소비의 감소 같은 실물경제의 위축과 성장률 둔화를 초래하고, 이는 곧바로 세계경제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세계경제 위기의 또다른 뇌관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그림자 금융은 아직까지 그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경로가 아주 복잡한데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도 어려워 ‘그림자’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설립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그림자 금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규제를 받지 않으며 예금자보호도 원활하게 받을 수 없어 시스템적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을 총칭한다.’
그림자 금융은 투기를 조장하고 자산거품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그와 연계된 각종 파생금융상품들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2010년 17조위안에서 지난해 말 29조위안(약 5250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그림자 금융의 폐해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4월부터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고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당국의 통제 능력을 대체로 신뢰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은 아직 완전한 금리자유화가 시행되지 않았고,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도 강한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그림자 금융 현황은 어떨까요? 금융안정위원회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그림자 금융 규모는 2011년 말 현재 1268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2.7%에 이릅니다. 미국(160.1%)이나 유로지역(175.4%)에 견줘서는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일본(65.3%)보다는 높습니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선 기업이나 가계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지) 노력과 함께 그림자 금융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그림자 금융의 연평균 증가율이 금융위기 직전 5년 동안 9.8%이던 것이 이후 3년 동안에는 -2.4%로 떨어졌습니다. 유로지역도 9.8%에서 3.9%로 많이 위축됐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연평균 8.7%에서 11.8%로 오히려 그림자 금융의 연평균 증가율이 더 높아졌습니다. 그림자 금융의 급팽창에 따른 금융위기의 불씨가 중국에서만 싹튼 게 아닙니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는 얘깁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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