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 추정
기장 B777 비행기록 43시간
관제탑 착륙 유도장치 고장
착륙때 적정 300㎞/h 못미쳐 기장 “출력레버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 나오지 않았다”
기체결함 가능성 내비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발생 이틀째인 8일 사고 당시의 전후 상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에 대한 추정과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사고 당시 공항 활주로 자동착륙을 돕는 유도장치(ILS)가 고장나 조종사가 수동 조종을 했고, 충돌 1.5초 전에 다시 기수를 올리려고 한 정황 등으로 미뤄 조종사 과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항공기의 기장은 이강국(46) 조종사가, 부기장은 선임인 이정민(49) 조종사가 맡았다. 총 9700여시간의 비행 기록이 있는 이 기장은 해당 기종(B777-300ER)에 대한 일종의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고 교관이 바로 이정민 조종사였다. 조종사들은 비행 기종이 바뀔 경우 해당 기종의 베테랑 조종사가 곁에서 가르치는 비행교육을 20차례 받아야 한다. 이 기장은 그동안 9차례, 43시간 비행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인천공항~샌프란시스코 노선 비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울러 이정민 조종사는 6월15일 교관 자격을 얻어 이번 비행이 첫 교관비행이었다. 위험도가 높아 ‘특수공항’으로 분류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교육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특수공항의 경우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 기장은 모두 이수했다. 시뮬레이터에는 공항 사정뿐만 아니라 악천후, 비상상황 등 다양한 설정이 돼 있다”고 전했다. 사고 조사를 맡고 있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에 따르면, 이 기장은 착륙 직전 적정 속도인 시속 300㎞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착륙을 시도했다. 또 충돌 7초 전 속도를 올리라는 외침이 있었고, 이어 4초 전 긴급상황을 알리는 ‘스틱 셰이커’가 작동했다. 이어 1.5초 전 착륙을 포기하고 속도를 높여 재상승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경력 20년차의 한 조종사는 “조종사가 착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속도를 높여 기수를 올리려고 했지만 바람 등의 영향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책임은 교관 기장에게 있다”며 조종을 한 기장의 과실이라고 하더라도 규정에 맞춰 교관이 동반 탑승해 운항중이었음을 강조했다. 윤 사장은 이를 ‘관숙비행’이라고 칭했지만, 정확하게는 ‘조종 실습’(operation experience)으로 교관급이나 이미 그 노선을 다녀본 베테랑 기장과 함께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행 기종이 바뀌면 시뮬레이터를 거쳐 4번의 관숙비행(조종석 뒷자리에 앉아 관찰하는 것)과 20차례 실습 비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기체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조종사 과실’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가 항공기의 기체 결함이나 기술적 문제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강국 기장 등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 4명은 현지에 파견된 우리 정부 조사단과의 면담에서 “고도가 낮아서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체 결함의 가능성을 내비친 진술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허술한 관제시스템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지난달 운항한 한 조종사는 “당시 자동착륙을 돕는 유도장치와 활주로 접근등(PAPI)이 꺼져 있어 어렵게 착륙했다. 아울러 의무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착륙 각도가 적정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울리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늦게 봤거나 못 봤다면 관제탑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사고 당시에는 자동착륙을 돕는 유도장치와 전자파의 방사를 이용해 착륙 적정 각도로 유도하는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가 꺼져 있었다. 이정훈 전정윤 기자 ljh9242@hani.co.kr, 샌프란시스코/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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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탑 착륙 유도장치 고장
착륙때 적정 300㎞/h 못미쳐 기장 “출력레버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 나오지 않았다”
기체결함 가능성 내비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발생 이틀째인 8일 사고 당시의 전후 상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에 대한 추정과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사고 당시 공항 활주로 자동착륙을 돕는 유도장치(ILS)가 고장나 조종사가 수동 조종을 했고, 충돌 1.5초 전에 다시 기수를 올리려고 한 정황 등으로 미뤄 조종사 과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고 항공기의 기장은 이강국(46) 조종사가, 부기장은 선임인 이정민(49) 조종사가 맡았다. 총 9700여시간의 비행 기록이 있는 이 기장은 해당 기종(B777-300ER)에 대한 일종의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고 교관이 바로 이정민 조종사였다. 조종사들은 비행 기종이 바뀔 경우 해당 기종의 베테랑 조종사가 곁에서 가르치는 비행교육을 20차례 받아야 한다. 이 기장은 그동안 9차례, 43시간 비행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인천공항~샌프란시스코 노선 비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울러 이정민 조종사는 6월15일 교관 자격을 얻어 이번 비행이 첫 교관비행이었다. 위험도가 높아 ‘특수공항’으로 분류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교육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특수공항의 경우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 기장은 모두 이수했다. 시뮬레이터에는 공항 사정뿐만 아니라 악천후, 비상상황 등 다양한 설정이 돼 있다”고 전했다. 사고 조사를 맡고 있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에 따르면, 이 기장은 착륙 직전 적정 속도인 시속 300㎞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착륙을 시도했다. 또 충돌 7초 전 속도를 올리라는 외침이 있었고, 이어 4초 전 긴급상황을 알리는 ‘스틱 셰이커’가 작동했다. 이어 1.5초 전 착륙을 포기하고 속도를 높여 재상승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경력 20년차의 한 조종사는 “조종사가 착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해 속도를 높여 기수를 올리려고 했지만 바람 등의 영향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책임은 교관 기장에게 있다”며 조종을 한 기장의 과실이라고 하더라도 규정에 맞춰 교관이 동반 탑승해 운항중이었음을 강조했다. 윤 사장은 이를 ‘관숙비행’이라고 칭했지만, 정확하게는 ‘조종 실습’(operation experience)으로 교관급이나 이미 그 노선을 다녀본 베테랑 기장과 함께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행 기종이 바뀌면 시뮬레이터를 거쳐 4번의 관숙비행(조종석 뒷자리에 앉아 관찰하는 것)과 20차례 실습 비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기체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조종사 과실’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가 항공기의 기체 결함이나 기술적 문제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강국 기장 등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 4명은 현지에 파견된 우리 정부 조사단과의 면담에서 “고도가 낮아서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체 결함의 가능성을 내비친 진술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허술한 관제시스템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지난달 운항한 한 조종사는 “당시 자동착륙을 돕는 유도장치와 활주로 접근등(PAPI)이 꺼져 있어 어렵게 착륙했다. 아울러 의무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착륙 각도가 적정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울리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늦게 봤거나 못 봤다면 관제탑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사고 당시에는 자동착륙을 돕는 유도장치와 전자파의 방사를 이용해 착륙 적정 각도로 유도하는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가 꺼져 있었다. 이정훈 전정윤 기자 ljh9242@hani.co.kr, 샌프란시스코/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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