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음성기록 등 공개
‘조종사 과실’ 가능성 지적도
‘조종사 과실’ 가능성 지적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기장이 활주로에 충돌하기 1.5초 전에 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을 시도한 것으로 8일 드러났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7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조종석 음성 기록과 비행 데이터 녹음 기록 등 블랙박스를 초기 조사한 뒤 브리핑을 열어 이렇게 밝혔다. 데버러 허스먼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기장은 충돌이 발생하기 7초 전 (사고 여객기의) 한 조종사가 속도를 높이라고 소리칠 때까지 충돌 가능성을 눈치채지 못했으며, 이어 충돌 4초 전에 ‘스틱 셰이커’ 경보가 울렸다”고 말했다. 스틱 셰이커란 항공기가 속도를 잃고 떨어지는 상황을 경고하기 위해 조종간이 진동하는 것을 말한다. 허스먼 위원장은 이어 “충돌 1.5초 전에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기수를 올리려 했다”고 말했다. 재상승을 시도하다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부딪쳤다는 설명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착륙에 적절한 속도가 137노트인데, 당시 속도가 이보다 훨씬 아래였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충돌 직전까지 어떤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쪽은 밝혔다. 허스먼 위원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특수성에 대해도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이 공항의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 활공각 지시기)가 꺼져 있다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글라이드 슬로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며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한편 이번 사고로 한국인 탑승자 77명 가운데 38명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그중 30명은 퇴원했다. 한동만 샌프란시스코 주재 총영사는 이날 “탑승자 77명 가운데 가벼운 부상을 당한 4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며, 지금은 탑승객 8명에 승무원 2명을 포함해 총 10명이 입원중이다. 중상자는 있지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7일 탑승자 가족 2명이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한 데 이어 8일 4명, 9일 4명의 가족이 샌프란시스코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탑승객 가운데 11명은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특별기편으로 한국에 입국한다.
이날 밤 11시께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인천공항을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중국인 탑승객 가족 18명과 인천국제공항 환승 탑승구에서 만나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숨진 여학생 예멍위안(16)의 아버지 예관(42)씨는 윤 사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이 중국에서 지명도가 있는 큰 항공사인데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철저하게 조사해 사고 원인을 알려달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출국한 한국 사고조사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당국과 합동조사를 시작했다. 이들은 사고 조종사들을 면담조사한 데 이어, 9일부터 정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사고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B)777’의 엔진·착륙장치를 일제 점검하는 등 국적 항공사 8개사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샌프란시스코/박현 특파원, 노현웅 이정훈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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