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상·하반기 예측 엇나가
11일 전망치에 시장반응 시큰둥
“가계빚 줄이고 수출은 과대평가
경기예측에 오류 발생한 것” 지적
11일 전망치에 시장반응 시큰둥
“가계빚 줄이고 수출은 과대평가
경기예측에 오류 발생한 것” 지적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장밋빛’ 경제전망에 대해 금융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씩 높인 2.8%와 4.0%의 수정치를 제시했는데도 바로 다음날 주가와 채권, 원화가치는 모두 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선 아직까지 한은의 낙관적 전망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인 내용을 덧붙였다. 우리 경제의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태를 뜻하는 ‘국내총생산(GDP)갭 마이너스’ 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지디피갭의 마이너스 폭은 내년까지 점차 축소돼 2015년에 마이너스갭이 안정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의 이런 낙관적 예측에는 올해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좋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흐름이 확실히 유지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상저하고의 흐름은 자연스럽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우리 경제가 더 위축된 만큼 하반기 성장지표에는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상·하반기 경기는 한은의 예측과 달리 상반기보다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더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데 있다. 2년째 이런 흐름이 반복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과 성장구조에 뭔가 심각한 변화가 있다는 반증이다.
한은이 해마다 7월에 발표하는 경제전망 수정치는 그해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정확도가 높아야 한다. 상반기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토대로 하반기 추세만 제대로 파악하면 된다. 반만 성공해도 본전은 한다. 그러나 한은은 2011년 이후 반의 성공조차 이루지 못했다. 2011년 7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한은은 그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3.8%(실질 국내총생산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에서 하반기 4.7%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결과는 3.9%에서 3.5%로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도 2.7%→3.2%로 제시한 상·하반기 전망치와는 달리 2.6%→1.5%로 주저앉았다. 하반기만 보면 한은 전망치와 실제 결과의 차이가 2011년 1.2%포인트에서 지난해에는 1.7%포인트로 더 커졌다. 국내총생산 규모로 따지면 실제와 10조원 가량이나 차이가 난다.
경제 전망치가 실제와 일치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의 예측 오류는 절대 높낮이(레벨)가 아니라 6개월 앞의 방향을 놓고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대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기 흐름도 바뀐다. 2010년 이후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많아 오차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은 전망치를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이 아니라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에서 가장 큰 오차가 발생했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한은의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상반기 3.7%와 하반기 7.8%였는데, 실제로는 상반기 2.7%에서 하반기 -6.1%로 급반전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은의 경기예측에 오류가 발생한 까닭은 명백하다. 가계부채 문제의 소비제약 효과는 과소평가하고 수출의 투자증대 효과는 과대평가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중앙은행의 경기 예측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권위가 있어 경제주체들에게 나침반 구실을 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한은만큼 풍부한 데이터를 동원해 정교한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김중수 체제’의 한은이 계량적 기법에만 매달려 자기 입맛에 맞는 기대섞인 전망만 내놓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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