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과 친한 기업 손보나” 재계 ‘사정 회오리’ 긴장 고조

CJ 이재현 회장 구속 이어
롯데쇼핑 고강도 세무조사 파장
잠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등
전 정권서 특혜 의혹 받아와

씨제이(CJ) 이재현 회장 구속에 이어 롯데쇼핑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재계에 긴장감이 퍼지고 있다. 세무조사 당사자인 롯데쇼핑은 물론 전 정권과 관계가 깊었던 기업들은 특히 잔뜩 위축된 기색이다.

롯데쇼핑 고위 관계자는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의적 탈세 혐의를 잡고 시작된 완전한 특별조사가 아니라 강도가 약간 센 정기 세무조사로 파악하고 있다. 세수 부족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를 ‘대기업 손보기’로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부분을 손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내 롯데시네마는 올초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최근 수년 동안 롯데시네마는 영화관 내 매점사업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친인척들에게 몰아줬다. 매점사업을 운영해온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는 신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이 최대주주로 있고, 이 회사들의 수익은 대부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갔다.

이들 회사는 올 초 일감 몰아주기 비판에 휩싸이자 사업을 철수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3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물류·시스템통합·광고·건설 등 4개 부문에서 연간 35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일감 몰아주기를 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다른 롯데 계열사 임원은 “유통은 수도 없이 많은 ‘을’들이 엮여있기 때문에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면 뭔가 부당한 거래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으로 전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 구속에 이어,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맥주사업 신규진출 등 역시 전 정권에서 많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으로 불똥이 튀자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쇼핑 세무조사에 대해 “그동안 증권가 정보지 등에서 떠돌던 소문대로 기업 사정이 진행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음 타깃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기업의 관계자는 “전 정권과 친했는지 아니었는지로 그룹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소문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이런 식으로 전 정부와 친한 기업을 손보기 시작하면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신재 이형섭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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