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정부 지원 연명할라”
투자자들은 “거래 부진” 우려
21개 상장사 합동IR 열어 홍보
투자제한 완화 등 총리에 요구
투자자들은 “거래 부진” 우려
21개 상장사 합동IR 열어 홍보
투자제한 완화 등 총리에 요구
‘창조금융의 엔진이 될 것인가, 증권가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인가.’
정부가 창조경제의 불씨로 삼으려는 코넥스(KONEX)시장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증권가에선 걱정어린 시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개장 초기 거래부진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해도 사실상 정부 지원으로 돌아가는 시장 구조로는 자생력마저 잃을 게 뻔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7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코넥스시장 격려 방문에 이어 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벤처캐피털,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장사 합동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21개 상장사들은 최고경영자(CEO) 협의체를 구성한 뒤 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를 협의체 대표로 선출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해 상장기업 알리기에 나섰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코넥스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억3000만원 수준이다. 개장 첫날 13억8000만원으로 시작한 거래대금은 1억원대로 급감했다가 이번 주 6억원대로 올라섰다. 한국거래소는 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 초기와 비교할 때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최홍식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개설 초기 실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개장 2주차부터 거래 규모가 점차 상향·안정적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거래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국외에서 제3시장의 성패는 나라 사정에 따라 엇갈린다. 정부가 성공 사례로 든 영국의 중소·벤처기업 주식시장인 에임(AIM)과 달리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는 제3시장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것보다 중소·벤처기업 전용을 표방한 코넥스시장이 과연 지속가능한 시장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증권가에선 더 우려하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전날 정홍원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거래 부진 등을 이유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코넥스시장은 처음부터 상장 요건과 공시 규정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기에 위험도가 큰 시장이다. 그래서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기본예탁금 3억원 이상의 자산가에게만 제한적으로 투자를 허용했다.
기업설명회에선 이 기준을 10분의 1로 낮춰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그러나 거래를 활성화시키려고 개미들을 끌어들일 경우 시장이 과열·투기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무총리까지 코넥스시장을 찾아 다각적인 지원을 약속한 마당에 금융당국이 손놓고 있겠는가. 투자 수요가 아닌 정부 지원에 연명하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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