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 매장. 한겨레 자료사진
국세청, CJ 세무조사 과정에서 ‘매출 누락’ 자료 발견
가맹점주들 “세금 폭탄” 하소연…국세청 “명백한 탈세”
가맹점주들 “세금 폭탄” 하소연…국세청 “명백한 탈세”
양아무개(44)씨는 2010년 경기 양주시에서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열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모은 돈과 대출금 8000만원을 합쳐 모두 1억6000만원을 쏟아부었다. 그나마 지방이라서 초기 투자비용이 싼 편이었다. 서울에서 가게를 열려면 보통 2억~3억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자영업은 쉽지 않았다. 가게 근처에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들까지 들어서면서 매출은 점점 줄었다. 지난해 여름 양씨는 장사를 포기하고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지만, 갚아야 할 대출금 4000만원이 남았다.
가게를 넘기고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양씨에게 지난주 의정부세무서로부터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봉투를 열어보니 ‘과년도 매출자료 부가세 경정신고 안내’라는 제목의 문서가 들어있었다. 2년 반 동안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동안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자료와 양씨가 세무서에 신고한 매출액 차이가 2억원 가량 되니 다시 신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세무사에게 물어보니 양씨가 토해내야 할 돈이 7000만원에 달했다. 양씨는 “이미 폐점해서 세무서에 소명할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 빚만 남기고 장사를 접었는데 갑자기 7000만원을 어떻게 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양씨 뿐 아니라 뚜레쥬르의 1200여 가맹점주 모두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최근 뚜레쥬르의 가맹사업본부인 씨제이(CJ)푸드빌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본부와 가맹점이 판매 관리를 위해 사용한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 자료를 입수했다. 국세청은 이 자료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각 가맹점의 매출과 가맹점주들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매출을 대조해 세금을 덜 낸 가맹점주들에게 일일이 수정신고 요구 공문을 보내고 있다.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7월 중순부터 갑작스런 ‘세금폭탄’에 항의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2011년 폐점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수정신고 안내문이 날아왔다. 부가세만 차액이 4300만원이었다. 폐점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빚을 다 청산하지 못했는데 기가 막히고 서러워서 헛웃음과 눈물만 난다”고 적었다.
본사 포스시스템 자료와 실제 매출액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객들에게 덤으로 빵을 줄 경우 차이가 발생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길 때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으려고 매출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가맹점주는 “경쟁사에 대응해야 하니까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공짜빵 드려가며 5년 동안 장사했다. 남는 것 없는 장사 하면서 성실하게 하루 하루 살았는데, 동네 사람들이 ‘골목상권 죽인 배부른 사장이 세금 안내고 발악한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두렵다”고 말했다.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은 23일 씨제이 본사를 찾아가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본사도 딱히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국세청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협회 쪽은 이런 방식의 세무조사가 대체로 영세한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에게 큰 부담이고, 앞으로 가맹점주들이 아예 포스기기에 매출을 찍지 않으면 세원이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씨제이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처지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기업이 국세청에 탈세를 눈감아달라고 노골적으로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에 대한 세금 추징은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의 탈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를 내세웠다. 올해는 세수 부족으로 비상이 걸리자, 국세청은 지난 4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사후검증 중점관리업종’에 포함시켰다.
국세청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본사로부터 포스 매출자료를 수집해 가맹점의 매출 축소 신고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사후검증에서 매입-매출간 차이가 나면, 매입세액에 대해 부당하게 공제받고 매출은 누락시킨 것으로 명백한 탈세”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모두 2678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311개, 가맹점수는 17만6788개에 이른다. 이에 대해 한 뚜레쥬르 가맹점주는 “세금폭탄을 맞은 납세자의 상당수는 세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사업장은 폐쇄되고 가족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신재 박순빈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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