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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임원보수 ‘수수께끼 같은’ 공시

등록 2013-08-15 20:20수정 2013-08-16 08:26

어려운 개념용어로 총액만 명시
미국 등은 쉽게 세부내역 밝혀
“세심하게 제도 설계 필요” 지적
은행의 임원 보수는 ‘수수께끼’다.

지난 4월29일 공시된 ‘케이비(KB) 국민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 운영현황 공시’를 보자. “2012년 수급자 12명의 고정보상액 35억, 변동보상액 47억(이중 이연지급 대상 23억원). 변동보상의 형태는 현금 13억원, 주식연계상품 34억원. 이연보상액의 구분(해당 연도 말 누적액을 기준으로 발생 연도별로 구분) 2012년 33억원(2012년 14억, 2011년 15억, 2010년 5억).”

이해하기 어려운 어지러운 숫자와 개념의 나열 속에 ‘그럼, 도대체 국민은행장은 얼마나 받는다는 말이지?’란 의문만 더욱 커진다. 혼란스러운 숫자 가운데 국민은행장의 몫은 특정되지 않는다. 사업보고서 공시를 봐도 그를 포함한 등기이사 3인의 보수 총액과 1인당 평균값만 나올 뿐이다.

이에 반해 미국 최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최고경영자)의 보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돼 있다. 그는 지난해 기본급 200만달러, 보너스 570만달러, 주식교부(stock awards), 연금가치 변동 및 비과세혜택 이연보상 3943달러, 기타 다른 보상 32만달러 등 총 1330만달러(약 149억원)를 받았다고 공시돼 있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상장사 등기임원 가운데 5억원 이상을 받는 경우 개별 보수가 공시되지만, 세부 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많은 선진국이 임원 보수를 총액과 함께 종류별로 상세히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기타 다른 보상’에 연금 및 보험, 의료, 세금 자문 서비스, 자동차 혜택까지 돈으로 환산해 공개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모든 기업이 임원 보수의 세부 내역을 기재하지 않는다. 다만 금융권 등 소수의 기업만이 별도 표시를 통해 단기 성과급이나 주식 보상액을 표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마저도 개인별 구분 없이 총액만 나와 있어 의미가 거의 없다. 또한 보수를 어떻게 책정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단기 및 장기 성과, 스톡옵션, 스톡그랜트 등 임원 보수를 공개할 때 구멍이 있어선 안 된다. 아주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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