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보수 제한 나라별 사례
개별 임원 총보수 결정해야”
프랑스, 공기업 CEO 45만유로 제한
한국, 주총 보수한도 승인 ‘요식’ 임원 보수 책정 과정의 절차적 합리성·투명성을 넘어 임원 보수 자체의 적정성을 따져볼 순 없을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진보, 보수를 떠나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답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프랑스 제4정당인 좌파전선의 대표 장뤼크 멜랑숑은 지난해 대선 전 흥미로운 공약을 내걸었다. 연간 최고소득을 36만유로(약 5억3000만원)로 제한하자는 제안이었다. 36만유로는 프랑스 “중간 소득의 20배”다. 그가 ‘급여상한제’를 내놓은 까닭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것이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11.11% 득표에 그치면서 그의 공약은 ‘유예’됐다. ‘임원 보수는 얼마가 적정한가’란 물음에서 나온 급여상한제는 결코 극소수 좌파만의 상상력은 아니다. 이런 정책과 아이디어에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준 것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1980년대 중반 “최고경영자(CEO) 같은 고위 경영자의 금전적 보상이 월급이 가장 적은 직원의 2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 조직의 건강성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드러커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연봉 상한액은 약 3억1025만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임시·일용직(비정규직과 유사)의 평균 연봉(1551만원)을 고려한 수치다. 전체 상용직(정규직과 유사)의 평균 연봉 3814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최고연봉 한도는 7억6276만원이다. 드러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곳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공기업 경영자의 보수가 45만유로를 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 법안은 “연봉 최저액이 해당 기업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사람의 고정급, 변동급, 기타 급여 등을 모두 포함한 연봉액 대비 20분의 1 수준 이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상한제 대상 공기업 및 그 자회사는 11곳이다. 사실 ‘20배’란 숫자는 객관적이라기보다 임의적이다. 임원과 직원 간 보수 격차가 어느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이자, 하나의 상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2009년 ‘이사(임원) 보수 적정화에 관한 법률’(보수적정법)을 제정하면서, 임원에게 지급되는 총보수의 상한을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20배로 하자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처럼 최고임금에 대해서도 같은 식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선언적, 추상적이긴 하지만 보수의 적정 수준을 정하는 원칙과 정신을 법에 담았다. 보수적정법에 따라 개정된 주식법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개별 임원의 총보수를 정할 때 임원의 업무 및 능력, 회사의 사정과 적정한 관계에 있어야 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통상적인 보수를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독일에서 보수 적정성은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의 재발 방지에 좀더 무게가 실려 있다. 스위스는 임원 보수를 정치적 합의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3월 스위스는 기업 인수합병(M&A) 때 임원들이 퇴직하면서 거액의 특별 보너스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68%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과도한 임원 보수는 곤란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주장과 법률들이다. 보수의 적정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보수 수준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설치 미흡 등 보수 책정 절차의 합리성도 부족한 편이다. 내년부터 공개되는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의 등기임원 개별 보수가, 보수 적정성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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