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 탓에 코스피가 20.39포인트(-1.08%) 떨어져 1867.46으로 마감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인도·브라질 등 금융시장 계속 요동
미 출구전략으로 자본이탈 움직임
‘옥석 가리기 본격화’ 분석 일어 “단기외채·외화보유고·경상수지 등
국내 경제 기초여건 양호한 편”
정부,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시장 모니터링 강화 등 예의주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다시 불거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신흥국의 자본이탈 위험을 부추기고, ‘값싼 달러’에 의존해왔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타이, 터키,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주가와 통화가치, 채권값이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단기 외채, 외환 보유고, 경상수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전이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신흥국 경제 위기의 핵으로 떠오른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는 정책 당국의 개입으로 반등했지만, 통화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5월 초에 견줘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 대비 15% 하락(20일 종가 기준)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8.74%)와 브라질 헤알화(-16.26%)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1.55% 내린 데 이어 21일에도 1.08% 하락했다. 신흥국 금융시장이 동시에 불안해하는 것은 과거 외환위기 때 전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나 자금 흐름이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한국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으로 견딜만하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이듬해 동유럽 신흥시장과 함께 위기에 휩싸인 것은 단적인 예다. 몇몇 외신들은 “‘싼 달러’의 이득을 누려온 신흥국들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외환위기 겪을 수 있다”며 그 위험군의 하나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으로 신흥시장의 자본이탈 위험이 재부상하면서 외자에 기대온 부실 시장과 그렇지 않은 우량 시장 간의 차별화로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려온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외자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외자 의존성이 크고 펀더멘털이 약한 곳과 달리, 한국 경제는 그간 위기를 거치면서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신용위험도, 정책대응 측면에서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현재 위기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거론되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외국인 자금이 주식·채권에서 동시에 순유출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투자가 순유입 중”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동남아 국가들이 제2의 외환위기에 빠지더라도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타격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우리나라의 전체 대외 채무 중 단기외채 비중은 29.1%로, 1999년 9월 말(28.6%)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예고됐고 신흥국 통화와 증시가 어느 정도 출렁대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점도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정희 케이비(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외채 비율이 낮아졌고, 경상수지 흑자는 최대치를 기록한 점, 증시 역시 6월 버냉키 쇼크 이후 60% 이상 되돌렸다는 점에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금리 상승 압력과 자본 유출입 변동성 등 전염 효과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권 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은 불안 요인이다. 한국의 동남아 투자와 동남아 자금의 국내 투자 비중은 각각 17%를 넘는다. 주요 수출과 투자처로 떠오른 만큼 혼돈에 빠질 경우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 정부 당국은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사에는 과도한 단기 외환 차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주식시장으로 자금도 들어오고 있고, 환율 변동성도 크지 않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인도 등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신흥국과)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대선 이춘재 기자 hongd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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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 기초여건 양호한 편”
정부,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시장 모니터링 강화 등 예의주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다시 불거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신흥국의 자본이탈 위험을 부추기고, ‘값싼 달러’에 의존해왔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타이, 터키,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주가와 통화가치, 채권값이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단기 외채, 외환 보유고, 경상수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전이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신흥국 경제 위기의 핵으로 떠오른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는 정책 당국의 개입으로 반등했지만, 통화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5월 초에 견줘 인도 루피화는 달러화 대비 15% 하락(20일 종가 기준)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8.74%)와 브라질 헤알화(-16.26%)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1.55% 내린 데 이어 21일에도 1.08% 하락했다. 신흥국 금융시장이 동시에 불안해하는 것은 과거 외환위기 때 전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나 자금 흐름이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한국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으로 견딜만하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이듬해 동유럽 신흥시장과 함께 위기에 휩싸인 것은 단적인 예다. 몇몇 외신들은 “‘싼 달러’의 이득을 누려온 신흥국들이 달러 가치 상승으로 외환위기 겪을 수 있다”며 그 위험군의 하나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으로 신흥시장의 자본이탈 위험이 재부상하면서 외자에 기대온 부실 시장과 그렇지 않은 우량 시장 간의 차별화로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려온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외자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외자 의존성이 크고 펀더멘털이 약한 곳과 달리, 한국 경제는 그간 위기를 거치면서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신용위험도, 정책대응 측면에서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현재 위기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거론되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외국인 자금이 주식·채권에서 동시에 순유출된다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투자가 순유입 중”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동남아 국가들이 제2의 외환위기에 빠지더라도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타격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우리나라의 전체 대외 채무 중 단기외채 비중은 29.1%로, 1999년 9월 말(28.6%)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예고됐고 신흥국 통화와 증시가 어느 정도 출렁대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점도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정희 케이비(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외채 비율이 낮아졌고, 경상수지 흑자는 최대치를 기록한 점, 증시 역시 6월 버냉키 쇼크 이후 60% 이상 되돌렸다는 점에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금리 상승 압력과 자본 유출입 변동성 등 전염 효과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권 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은 불안 요인이다. 한국의 동남아 투자와 동남아 자금의 국내 투자 비중은 각각 17%를 넘는다. 주요 수출과 투자처로 떠오른 만큼 혼돈에 빠질 경우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 정부 당국은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사에는 과도한 단기 외환 차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주식시장으로 자금도 들어오고 있고, 환율 변동성도 크지 않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인도 등 금융불안을 겪고 있는 신흥국과) 차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대선 이춘재 기자 hongd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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