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중상모략 하면서 임원 행세”
KT 사내방송서 내부비판 화살
퇴진 논란 잠재우며 반격 나선듯
KT 사내방송서 내부비판 화살
퇴진 논란 잠재우며 반격 나선듯
‘황금주파수’ 할당으로 힘이 실린 이석채 케이티(KT) 회장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았다는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 내부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석채 회장은 2일 아침 사내방송을 통해 진행된 ‘케이티 엘티이(LTE) 넘버원 결의대회’에서 “자기 회사가 무너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다 끊임없이 회사를 중상모략하면서 낮에는 태연하게 회사 임원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광대역 주파수 할당 이후 케이티의 내부 혁신을 강조하면서 “고질적인 병폐가 많다”고 말하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다. 최근 7월 적자 등의 내부자료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거꾸로 ‘공격의 화살’을 케이티 내부로 돌린 것이다.
이 회장은 “요새 이석기(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을 봅니다만 우리가 피땀 흘려 만든 이 나라를 기둥부터 뽑으려는 사람들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습니까? 없지 않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내부 임직원들을 겨냥하기까지 했다. 이 회장은 또 “모바일 전쟁에서 도망가고 숨는 사람은 총부리를 대고 바깥으로 나가라고 해야 한다. 나가지 않으면 회사를 해코지하지 말라는 얘기는 확실히 전해야 한다”고도 했다.
10분이 채 되지 않는 발언 시간 동안 “고생 많았다” “여러분의 노고를 잘 안다”는 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부 문제점, 특히 ‘내 회사라는 주인정신이 없이 바깥에다가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졌다.
케이티의 오랜 숙원이었던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은 것을 ‘반격’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대주주가 없으면, 주인이 없으면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편견임을 자회사(비씨카드, 케이티렌탈)들의 실적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탈통신 전략을 선택한 자신의 경영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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