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한국인 267명 신원 확인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 혐의자를 상대로 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세워 재산을 빼돌리거나 소득을 숨겨온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인 등 수백명이 국세청 정보망에 포착됐으며, 이 가운데 39명은 이미 세금 탈루가 확인되거나 혐의가 커 정밀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3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만제도 등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관련한 대량의‘원시자료’를 지난 6월에 확보해 이를 활용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연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원시자료를 분석해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405명의 명단을 추출해 이들의 신원확인 및 탈세여부를 검증한 결과 지금까지 267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조세탈루 혐의로 모두 39명을 정밀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 가운데 11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완료해 714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나머지 28명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중이다”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정보를 통째로 확보해 대규모 세무조사를 벌여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지난 5월 미국과 영국, 호주 3국과 조세회피처 정보공유에 합의하는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주요 조세회피지역에 조사요원까지 파견해 자체 정보수집 활동을 벌여 40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자료를 확보하겠됐다. 여기에는 온라인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조로 지난 5월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조세회피처 한국인 명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확인한 267명을 세부적 나누면, 기업인 및 그 가족이 96명으로 가장 많으며, 기업 임직원 50명, 금융인 42명, 외국이주자 28명, 부동산업자 17명, 교육업 종사자 4명, 무직자가 25명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58명, 금융업 42명, 도매업 32명, 서비스업 25명, 해운업 20명 등이었다. 김연근 관리관은 “원시자료가 워낙 방대해 추가적인 신원확인과 검증작업을 계속헤야 하며 탈세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세무조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외국 과세당국이나 국내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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