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양적완화 축소 논의 등
불확실한 국외 사정 고려
하반기 성장률 3.7% 낙관
불확실한 국외 사정 고려
하반기 성장률 3.7% 낙관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9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0.25%포인트 내린 뒤 넉달째 기준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아직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조일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이다.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고, 미국의 양적완화(채권매입을 통한 통화공급 확대) 규모 축소 논의와 일부 신흥 경제권의 금융불안, 시리아 사태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한다는 것이다. 10개월 연속 1%대에 머물러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하반기 국내 경기에 대해선 전달보다 좀더 낙관적인 진단을 내렸다. 김중수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 3.7%(전년동기 대비), 내년 4.0% 성장할 것이라는 종전의 경제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정부의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지출 축소로 4분기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그렇게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은은,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생산능력의 차이를 뜻하는 ‘지디피갭’은 상당 기간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그 폭이 점차 축소되는 단계일 뿐 아직 경제 성장세가 완전히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물가 관리에 대해선 자신감을 보였다. 8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에 그쳤고,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전달의 1.5%에서 1.3%로 소폭 낮아져,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의 하단(2.5%)을 밑돌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무상보육 정책 등 제도적 요인에 의한 하락 효과, 국제 곡물가격 하향 안정세 등으로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는 국내 실물 경제보다 대외 변수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이날 낸 통화정책 보고서도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주요국 재정건전화 추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 일부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성장의 하방위험으로 남아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국외 위험요인의 전개 상황과 영향에 깊이 유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에 대해서는 김중수 총재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연준이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양적완화의 규모와 속도를 적절히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우려해 당장 새로운 규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대외 위험요인을 반영하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고민이다. 한은인 기준금리를 지난 5월 0.25%포인트 내린 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넉달여 만에 오히려 0.4%포인트가량 올랐다. 김 총재는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자칫 한은이 시장흐름에 ‘뒷북’만 친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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