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분기 자금순환’ 발표
가계 금융부채 급증…1200조 육박
전 분기보다 25조1천억 늘어
민간기업은 3조8천억 ‘자금잉여’
“영업이익 좋아졌지만 투자부진 탓”
가계 금융부채 급증…1200조 육박
전 분기보다 25조1천억 늘어
민간기업은 3조8천억 ‘자금잉여’
“영업이익 좋아졌지만 투자부진 탓”
2분기 중 국내 가계부문의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 총액은 다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1200조원에 육박했다. 반면에 민간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둬 자금사정이 크게 나아졌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를 보면, 영세 자영업자와 종교단체 등이 포함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잔액은 6월 말 현재 1182조2000억원으로 3월 말의 1157조1000억원보다 25조1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중 1조7000억원 줄었던 가계부채 총액이 2분기에 큰 폭의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반면에 가계의 금융자산은 2549조6000억원으로 3월 말에 견줘 19조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1분기 2.19배에서 2분기 2.16배로 떨어졌다. 또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도 1367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5조2000억원이 줄었다.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2분기 중 자금조달 및 운용 추이에서도 가계의 수지 악화가 확인된다. 지출 부담의 증가로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는 28조2000억원으로 1분기(30조1000억원)보다 조금 줄었다. 자금조달 규모가 금융차입금 증가 등으로 1분기 1조원 감소에서 2분기에는 17조2000억원 증가로 급반전한 영향이 컸다. 저축과 연금 납입 등 자금운용 규모는 45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6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와 달리 기업의 대차대조표는 뚜렷하게 개선됐다. 상반기 영업실적이 개선되면서 외부자금 조달이 줄어든데다 투자를 줄인 결과다. 비금융법인기업의 금융부채는 2분기 중에 16조6000억원 증가했으나 금융자산은 이보다 더 많은 20조4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금융법인기업에서도 공기업을 제외한 순수 민간기업에서는 2분기 중에 이례적으로 3조8000억원의 ‘자금잉여’가 발생했다. 정유성 한은 자금순환팀 팀장은 “통상 기업은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뒤 실물에 투자해 자금부족이 나타났는데 2분기에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좋아져 외부 차입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설비투자는 그만큼 안 이뤄진 상황이라 자금잉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금사정의 호전에다 풍부한 내부 유동성에 힘입어 민간기업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분기 말 현재 198.9%로, 2009년 2분기(197.4%) 이후 4년 만에 2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1분기 280.3%에서 2분기 290.1%로 더 치솟았다. 이는 한은이 부문별 금융자산·부채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와 공기업을 합한 공공부문 전체의 부채는 6월 말 현재 920조3000억원으로 전분기(915조6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공공부문과 가계의 부채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따른 금리 상승과 맞물리면 국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7∼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시기를 논의한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현재 달마다 850억달러(약 92조원)씩 시행하고 있는 채권 등 자산 매입 규모를 700억~750억달러까지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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