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임 사장에 조석(56)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선임됐다.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가 원전 비리로 얼룩진 한수원에 대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시민단체의 우려가 뒤따른다.
한수원은 17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조 전 차관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 신임 사장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후 옛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과 에너지정책기획관,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한수원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김균섭 전 사장이 지난 6월 물러나면서 석달여 동안 사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이번 선임 과정에서 조 신임 사장은 한국전력 출신인 박기연 삼성물산 고문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쪽은 조 사장이 원전 및 에너지 정책을 다룬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며 기대를 표명했지만, 시민단체들에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할 자리에 적합한 인사인지를 두고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원전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던 시점에서 해당 부처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던 인사이기 때문에 이번 비리에 대해 자유로운 위치에 있지 않다”며 “더군다나 납품 기업과 한수원 전·현직 임원, 정부 관료까지 연결된 ‘원전 마피아’의 실체가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료 출신에게 개혁 작업을 맡긴다는 것은 정부 의지가 얼마나 미약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한수원 전 사장으로부터 한수원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한층 짙어지고 있다. 조 사장도 2차관을 맡고 있던 지난해 1월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정부와 관련 업계와의 유착 관계를 내비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시민단체 쪽의 우려에 대해 조 신임 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