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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동양그룹 개인투자자들 “2주 전까지도 위험 전혀 안 알렸다”

등록 2013-09-29 20:02수정 2013-09-29 21:12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서울 중구 수표동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서울 중구 수표동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증권사, 투자 부적격 상품 설명 없어”
“직원 말에 무슨 상품인지 모르고…”
금융소비자원에 1000건 피해 접수
‘불완전 판매’ 줄소송 이어질 듯
“증권사 창구에선 위험성이 불거진 9월 중순까지도 고금리를 내세워 투자 상품을 권유하더군요. 수년간 믿고 돈을 맡겨왔는데, 설명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동양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다. 동양그룹이 시장에 쏟아낸 2조3000억원어치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가운데 65%인 1조5000억원어치는 4만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에는 28일까지 피해 사례 접수가 1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투자 부적격 상품이라는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도 등으로 피해가 가시화되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줄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암진단 보험금 등으로 받은 2600만원을 동양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은 한아무개씨는 “추석 전에 창구 직원이 ‘통장 잔고가 있으니 이자가 높은 (전자단기사채)신탁에 넣으라’고 권유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달 중순까지 계속 고위험 상품을 팔았다는 것인데 불완전 판매 아니냐”고 말했다. 홍아무개씨는 “지난 17일 6개월 만기의 좋은 상품이라고 추천해 신탁에 5300만원을 넣었는데, 위험성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씨피가 뭔지도 모른 채 직원의 권유로 가입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류아무개씨는 “청약 경쟁률이 높아 당장 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직원이 권해 신탁에 들었는데, 무슨 상품인지 몰랐다. 투자 부적격 상품인 걸 알려줬으면 사인을 했겠느냐”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씨는 “미용실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은 뒤 안전하다는 직원 말에 관련 상품에 들었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어음과 채권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씨피를 수억원씩 사들인 고액 자산가도 있지만,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투자자 중에서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투자한 이들이 많다. 동양증권은 그동안 종합자산관리계좌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왔다. 동양증권이 보유한 이 계좌의 돈은 8조원에 이른다. 시장점유율 28%로 업계 1위다. 특히 고위험·고수익 채권 투자에서 비교우위를 보여 오랜기간 거래를 해 온‘충성 고객’들이 많다. 동양그룹 계열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은 탓에 자금조달 창구 노릇을 해온 동양증권에 물량이 집중됐고, 동양증권에 계좌를 튼 이들이 가입 권유를 많이 받았다.

금융소비자원은 접수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동양증권 쪽에 집단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이 진행될 경우 불완전 판매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피해자들이 “투자 권유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가리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투자자에게 권유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렸는지, 투자자의 인지 정도는 어떤지, 가입 상품은 어떤 것인지 등에 판단을 달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투자부적격의 고위험 투자 상품일지라도 최종 책임은 투자자가 질 수밖에 없다. 불완전 판매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는 결국 증권사가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 ‘설명 의무’를 어느 정도 충실히 했느냐 여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수년 동안 자본잠식 등 부실 기업의 ‘폭탄돌리기’를 제대로 감독·관리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론 역시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자금난에 빠진 동양그룹이 핵심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압박해 투자부적격 채권을 남발해 피해를 키웠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동양그룹 안팎에서는 그룹 임직원과 동양증권에 판매 물량을 배정하는 등 사실상 ‘강매’를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이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의 95%(8318억원어치)를 모집 주선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홍대선 정유경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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