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민원실에 설치된 동양그룹 관련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신고센터를 찾은 투자자들이 민원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9월30일 불완전판매 신고센터가 정식 설치된 뒤 43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날까진 ‘워크아웃’ 관측 우세
산은 “협의 없이” 당혹감 비쳐
현회장 ‘경영권 유지 목적’ 의혹에
동양 쪽 “투자자 보호 위한 결정”
네트웍스 포함 법정관리 5곳으로
산은 “협의 없이” 당혹감 비쳐
현회장 ‘경영권 유지 목적’ 의혹에
동양 쪽 “투자자 보호 위한 결정”
네트웍스 포함 법정관리 5곳으로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1일 춘천지방법원과 서울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전날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에 이어, 동양그룹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는 모두 5곳으로 늘었다.
이날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배경을 두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관심은 그룹이 앞으로 어떤 뼈대로 남겨질지에 있다.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룹의 주력사인 동양시멘트는 국내 2위의 시멘트 생산 업체다.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만기 임박 회사채가 없고 기업어음 상환액도 적은 편이다.
동양시멘트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를 검토하던 산업은행 쪽은 “주채권은행에 타진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채권단과 협의도 거치지 않고 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깜짝 놀랐다. 산업은행이 지원 의사를 밝혔던 만큼, 최소한 주채권은행에 타진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동양 쪽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산은은 동양시멘트의 은행권 대출 3000억여원 가운데 2200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상, 일반 상거래를 포함해 채권까지 기업의 모든 자산 활동이 동결되고 기업회생절차의 주도권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동양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면 채권단의 공동관리하에 들어가고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구조 개선 작업을 지휘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 쪽은 이런 조처가 일관되게 개별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한다. 동양시멘트는 “보유 자산의 신속한 매각 등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고민한 끝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동양그룹의 한 관계자도 “채권단 관리로 가게 되면 투자자 보호 관점보다는 채권단이 여신을 회수하려고 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현재현 회장이 동양시멘트의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법정관리행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채권단의 간섭을 받는 대신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의 ‘관리인 유지 제도’는 법원이 오너 경영자에게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워크아웃에 견줘 금융권 여신 등에 관련한 채무조정 폭도 좀더 커질 수 있다.
같은 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네트웍스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현 회장 일가가 동양네트웍스를 중심으로 ‘그룹 해체 이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계열사다. 최근 현 회장의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1500억원 규모의 오리온 주식을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동양그룹으로서는 법정관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 계열사 매각 등 법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되,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은 그룹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보연 정유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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