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 동양시멘트 이앤씨(E&C)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3별관에서 열린 동양그룹 계열사 3곳의 법정관리 신청 대표자 심문에 응하기 위해 고개를 떨어뜨린 채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임직원 성명서 “납득못할 결정”
노조는 법원에 기각요청 탄원서
“경영권 유지 목적 의구심 들어”
법정관리땐 투자자 줄소송 우려
동양시멘트 김종오 대표 등 사임
노조는 법원에 기각요청 탄원서
“경영권 유지 목적 의구심 들어”
법정관리땐 투자자 줄소송 우려
동양시멘트 김종오 대표 등 사임
동양그룹이 계열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괜찮았던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자 동양증권 임직원들이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2일 동양증권 전국 영업지점에는 직원들 사이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돌았다. 임원들도 가세하면서 오후 늦게 임직원 명의로 성명서를 냈다. 임직원들은 “동양시멘트는 재무구조가 비교적 우량하고 시멘트업계 매출 2위의 탄탄한 기반을 보유한 기업으로,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동양증권 노동조합도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은 고의성이 짙다”며,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냈다.
지주회사 격인 ㈜동양은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7월과 9월 1569억원어치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동양증권을 통해 판매했다. 동양증권 임직원들이 그룹의 결정에 일제히 반기를 든 것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어음이 휴지 조각이 될 게 뻔하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송 부담이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양증권의 소매영업 담당 직원은 “그룹에서 물량을 떠넘길 때만 해도 안전하다고 했고 며칠 전에는 현재현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을 안 한다고 했다. 직원들만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보면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기업이 아니다.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신청하지 않았는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의 부채비율은 196%로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단기 차입금 비중이 낮아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돼오던 터였다. 동양이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1000억원어치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을 발행한 뒤 불과 10여일 만에 법정관리 신청을 내 사기성 어음 발행 논란에 휩싸인데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동양증권 직원들의 반발까지 거세어져,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동양 투자자들로부터 불완전판매 사례를 접수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원은 다음주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하고 검찰 조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집단소송만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고 벌써 피해를 호소한 이들이 1만여명에 이른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 동양시멘트 김종오 대표와 그룹 전략기획본부 김봉수 상무가 1일 전격 사임했다. 김 상무는 현 회장의 사위로 장녀 현정담씨의 남편이다. 장남인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도 회사를 떠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김 상무는) 핵심 업무(담당)인데 구조조정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감으로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승담씨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홍대선 황보연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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