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떴다하면 바로 복제…‘소셜커머스 짝퉁’에 운다

전신베개 ‘베드메이트’를 개발한 박준규 대표(오른쪽)가 직원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베일크리에이티브 제공

U자형 전신베개 ‘베드메이트’
소셜코머스 판매제안 거절 뒤
가격 절반 복제품 ‘우후죽순’

주방가전 수입업체 ‘일렉트롬’
출시 앞두고 복제품 깔려 항의
소셜코머스 “문제없다”는 말만

복제품 고장잦아 진품 이미지 훼손
“유통업체 철저히 제품 검수해야”

전신베개 ‘베드메이트’는 잠자리가 외로운 마흔한살 노총각 박준규 대표가 지난해 5월 개발한 상품이다. 전체 길이가 약 3m로 ‘유(U)’자 형태로 접어 끌어안고 잘 수 있다. 베개속과 베갯잇으로 다양한 소재를 시험해가며 가장 편안한 베개를 완성했다. 꼼꼼하게 만든 만큼 시장 반응은 좋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히트상품 500’에도 꼽혔다.

지난해 여름 몇몇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판매 제안이 왔다. 하지만 너무 낮은 판매가격을 요구했다. 베드메이트를 명품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는 박 대표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얼마 뒤 베드메이트와 똑같이 생긴 제품이 베드메이트의 절반 가격에 소셜커머스와 인터넷쇼핑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불 공장 등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이 베드메이트의 디자인을 베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표가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등에 복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베드메이트 출시와 동시에 신청한 실용신안이 1년여만인 지난 7월 나오고 나서야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은 복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박 대표는 “어렵게 상품을 개발해 인기를 끌면 곧 값싼 재료를 사용한 복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이 그런 복제품 판매를 도와준다. 싼 값에 잠깐 팔고 빠지는 업체들 때문에 고급 브랜드화를 노리는 오리지널 제품 개발 업체들이 입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주방가전 수입업체 일렉트롬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일렉트롬은 지난 봄 세계 3대 가정용품 박람회로 꼽히는 미국 시카고박람회에서 ‘에그마스터 롤리’라는 제품을 발견했다. 원통형 제품에 계란을 깨뜨려 넣으면 계란말이와 비슷한 막대 형태로 조리되는 제품으로, 이미 미국에서 홈쇼핑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일렉트롬은 국내 백화점 등에 납품한 실적과 애프터서비스 능력 등을 강조해 4개월 만에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국내 독점 수입계약을 따냈다.

10월 말 출시를 목표로 국내 전압에 맞게 제품을 개량하고 애프터서비스망을 점검하고 있는데, 여름부터 복제품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국내 몇개 업체가 미국에서 제품을 구입해 중국의 공장에 맡겨 복제품을 만든 것이다.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업체들에 항의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계속 판매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렉트롬은 수입계약 체결과 동시에 국내 디자인특허와 브랜드특허를 신청했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엄인호 일렉트롬 이사는 “똑같이 생긴 복제품이 이런저런 고장이 발생하면서 진짜 제품이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이미지가 망가졌다. 홈쇼핑 업체들은 우리 요청에 따라 복제품을 팔지 않았지만, 소셜커머스 업체와 오픈마켓은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이사는 “미국 회사 담당자가 ‘전세계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한국 같은 나라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복제품 문제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서 중국인과 한국인 출입을 아예 막는 부스들이 있다. 출입을 제지당할 때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이렇게 당하고 보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복제품이 유통되는 경로가 대부분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복제품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피해 기업들의 지적이다. 박준규 대표는 “복제품을 만드는 영세 업체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 막는 건 불가능하다. 유통업체가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복제품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인호 이사는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올리는 구조라서 복제품을 막는 게 힘들다고 쳐도, 바이어가 직접 판매할 상품을 기획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까지 버젓이 복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제품을 모니터링하는 전담 부서가 있지만 거래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100%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복제품 신고가 들어오면 우리나라 특허청이 인정하는 권리를 기준으로 판매를 중단시키고 있지만, 아직 특허절차가 진행중인 제품은 보호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이크프라이스 쪽은 “정품이 아닌 제품으로 중소기업 혹은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욱 더 철저한 검수과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