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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돈이 안 돈다

등록 2013-10-14 20:14수정 2013-10-14 20:55

금리 낮은데도 국민 등 은행 4곳 요구불예금 작년 비해 20조 증가
예금·주식회전율 ‘뚝’…불경기에 투자·소비 꺼려 ‘유동성 함정’ 분석도
시중 자금 흐름이 느려지고 있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은행에 묻어두고 관망하는 자금이 늘어나 전체 예금회전율은 뚝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로 이자가 낮은데도 시중 자금이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서 한국경제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시중 은행의 최근 예금 추이를 보면, 보통예금 등 수시 입출금이 이뤄지는 요구불예금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케이비(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은 8월 64조735억원(잔액 기준)에서 9월 66조1325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2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9월과 견주면 7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우리은행의 9월 요구불 예금도 58조1520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업과 가계에서 돈을 빼내 쓰지 않고 은행에 묻어두는 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하나와 신한 등 다른 시중은행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횟수를 뜻하는 예금회전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이 수치가 낮은 것은 그만큼 돈의 유통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은행의 전체 예금회전율은 8월 3.4회로, 전달(4.0회)보다 크게 떨어졌다. 2007년 2월(3.2회) 이후 최저치다. 예금회전율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을 때나 은행 이자율이 높을 때 하락한다. 그러나 경기침체에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여력이 있는 개인마저 소비를 줄이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몸을 사린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2년7개월 만에 줄었다. 8월 광의통화는 1888조5000억원(평잔 기준)으로 전달보다 0.1% 감소했다. 한은은 “추세적인 흐름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지만, 시중 자금이 잘 돌지 않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양진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중 자금이 금융기관 예금에 묶여있고 회전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저성장 경제 상황에서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가 위축돼 있고, 금융기관에 예치된 자금이 투자나 소비를 위한 대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주식시장에서도 거래가 줄고 주식회전율이 크게 떨어져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하루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일평균(4조8000억원)에 비해 15% 감소했다.

시중 자금이 선순환되지 못하면 단기 부동 자금이 늘어나고 생산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금리가 낮아져 시중에서 현금을 구하기 쉬운데도 경제 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투자와 소비를 늘리지 않는 현상인 ‘유동성 함정’에 한국경제가 빠져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보니 투자를 꺼리고 있고 가계는 부채와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 탓에 소비를 늘리지 않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소비와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데, 금리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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