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평균금리 결정 또다른 축
기업대출 금리는 꾸준히 내려
특히 대기업 대출금리 하락 폭 커
중소기업 두배에 육박할 정도
기업대출 금리는 꾸준히 내려
특히 대기업 대출금리 하락 폭 커
중소기업 두배에 육박할 정도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게 아니라 좁혀졌다고요?”
최근 시중은행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8000만원을 빌린 자영업자 김정찬(가명)씨는 예금과 대출 금리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창구 직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달보다 예금 금리는 내렸으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은행 예금 금리인 저축성수신 금리는 2월 연 2.94%, 4월 2.75%, 6월 2.66%, 8월 2.63%로 하향곡선을 그려온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금리는 두달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전체 대출(기업대출+가계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로 계산하면, 8월 예대금리(대출 평균 금리-저축성수신 금리)차는 1.92%포인트로 전달(1.96%포인트)보다 0.04%포인트 줄었다. 그런데도 가계 대출자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대출 평균 금리를 결정짓는 한 축인 기업대출 금리는 꾸준히 내려가는 것과 달리, 가계대출 금리는 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중에서도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많은 가계 대출자 입장에선 통계 수치상의 예대금리차 축소를 체감하기 어렵다. 김정찬씨는 “은행 창구에 가면 가계이자 부담이 늘어난 걸 느낄 수 있는데, 예대금리차가 줄었다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괴리 현상의 이면에는 대기업의 대출금리 하락이 숨어 있다. 전체 기업대출 금리는 7월 연 4.69%에서 8월 4.61%로 내렸고,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거꾸로 4.31%에서 4.33%로 올랐다.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 대출 금리(4.38→4.27%)의 하락 폭(0.11%포인트)이 전체 기업대출 금리 하락 폭(0.08%포인트)을 훨씬 넘어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금리 하락 폭(0.06%포인트)의 두배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우대금리 적용 등으로 기업대출 금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대기업 대출 금리 하락이 기업대출 금리 하락을 주도하면서 통계 수치상의 예대금리차를 좁히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대기업 대출 금리는 2월 4.80%, 4월 4.57%, 6월 4.48%, 8월 4.27%로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6월 3.73%에서 7월 3.77%, 8월 3.80%로 두달 연속 오름세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구실을 하는 ‘코픽스’까지 9개월 만에 반등세로 돌아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은행연합회는 “9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가 은행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 상승 등이 반영돼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1년 만기 은행 회사채(신용등급 AAA 기준) 금리는 8월 2.73%에서 9월 2.76%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예대금리차의 현실적 괴리감은 시장금리에 연동된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는 폭과 속도만큼 예금 금리가 오르지 않아 생기는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는 가계대출 금리는 오르는데 기업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착시 효과가 작용한 영향이 크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반토막 났던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은 회복세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회성 비용이 줄어들고 이자 이익도 늘어나면서 금융지주사와 상장 은행의 순이익은 2분기 1조2000억원으로 저점을 찍고 3분기에 1조8000억원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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