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국회 제출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채무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
“전셋값 등 주거비용 증가가
가계수지 악화시킬 우려 커”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채무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
“전셋값 등 주거비용 증가가
가계수지 악화시킬 우려 커”
우리 경제의 ‘허리’를 구성하는 중산층 가계와 자영업자 부채의 부실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소득 기반은 취약해진 반면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전셋값 급등으로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진 탓이다. 또 유동성 위험에 빠져드는 대기업·중견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기업 부문의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31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 중산층·자영업자 부채위험 증가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가계의 소득계층별, 신용등급별 부실위험의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분석 결과, 소득을 5분위로 나눌 때 3~4분위에 해당하는 중소득층과 10단계 신용등급에서 5~6등급에 포함된 중신용자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 가운데 중신용 계층의 비중이 2010년 말 13.5%에서 지난해 말에는 16.0%로 커졌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저소득·저신용 가계의 채무관리에 집중됨에 따라 이들 계층의 부실 위험이 방치된 결과다.
실질 소득은 제자리인데 올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전셋값도 무주택 중산층의 빚 부담 증가 요인으로 꼽혔다. 소득 3분위의 가계부채 가운데 전월세 대출 비중은 13.6%(담보대출)와 7.1%(신용대출)로 다른 소득분위보다 높았다. 성병희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장은 “전세가격 상승 등에 따른 주거비용 증가가 중소득·중신용층의 가계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소득·중신용 계층에서도 자영업자가 더욱 어렵다.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금융권 대출은 1억20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 평균(4000만원)의 3배나 된다. 소득 3분위 자영업자의 월평균 경상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18.2%에 이른다. 자영업자 대출은 만기 일시상환대출의 비중이 39.3%로 임금근로자(21.3%)보다 훨씬 커, 부실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에 연체대출의 비중을 뜻하는 ‘잠재부실률’은 2010년 말 3.4%에서 올 6월 말 4.1%로 높아졌다.
대부분 기업 영업이익률 줄어
부채 늘면서 재무 건전성도 악화
취약 업종 회사채 ‘금융권 뇌관’
내년 상반기까지 7조 만기 도래
“부실기업 선별 지원체계 갖춰야” 최근 2년 사이에 자영업자 부채 증가율은 20.9%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14.3%)을 웃돈다. 한은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 부채의 잠재위험이 현실화되는 것을 예방하려면, 우선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을 배려하고, 자영업자의 소득수준이나 부채상황을 일관성 있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대기업·중견기업도 부채상환 능력 저하 한은 보고서는 일부 대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착시 현상을 제거하면 대부분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이 전체 상장기업과 업종별 주요 비상장기업 1700여곳을 조사한 결과,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지만, 나머지 기업은 9%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10대 기업은 6.8%에서 7.8%로 상승했으나 나머지 기업은 5.1%에서 4.7%로 하락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10대 기업을 제외하고는 재무 건전성도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대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2012년 말 17.3%에서 올해 6월 말 18.8%로 높아졌다. 부채비율 200% 이상 대기업 가운데 55%가 적자 기업이다. 은행권 대기업 대출의 부실위험은 2008년 세계금융 위기 때보다 더 높아졌다. 대기업 대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대출 비중은 2008년 10.2%까지 올라갔다가 2010년 8.7%로 떨어진 뒤 2년 동안 다시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엔 11.7%까지 치솟았다. 건설·해운·조선 등 취약업종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금융시장에 이미 떨어진 뇌관이다. 언제 또다른 ‘동양그룹 사태’가 터질지 모를 지경이다. 특히 취약업종 기업의 에이(A)등급 이하 회사채가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게 문제다. 10~12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취약업종 기업의 회사채 물량이 2조2000억원이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상반기(4조1000억원)보다 27%가량 늘어난 규모다. 한은은 기업어음 만기도래 물량도 앞으로 3개월 동안 월평균 1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동양그룹 부실화 영향으로 기업어음과 회사채 시장의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출구전략 등으로 충격이 발생하면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은 보고서는 “부실 기업을 엄격히 선별해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회생이 가능한 기업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신속한 지원체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부채 늘면서 재무 건전성도 악화
취약 업종 회사채 ‘금융권 뇌관’
내년 상반기까지 7조 만기 도래
“부실기업 선별 지원체계 갖춰야” 최근 2년 사이에 자영업자 부채 증가율은 20.9%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14.3%)을 웃돈다. 한은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 부채의 잠재위험이 현실화되는 것을 예방하려면, 우선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을 배려하고, 자영업자의 소득수준이나 부채상황을 일관성 있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대기업·중견기업도 부채상환 능력 저하 한은 보고서는 일부 대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착시 현상을 제거하면 대부분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이 전체 상장기업과 업종별 주요 비상장기업 1700여곳을 조사한 결과,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지만, 나머지 기업은 9% 줄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10대 기업은 6.8%에서 7.8%로 상승했으나 나머지 기업은 5.1%에서 4.7%로 하락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10대 기업을 제외하고는 재무 건전성도 2010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대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2012년 말 17.3%에서 올해 6월 말 18.8%로 높아졌다. 부채비율 200% 이상 대기업 가운데 55%가 적자 기업이다. 은행권 대기업 대출의 부실위험은 2008년 세계금융 위기 때보다 더 높아졌다. 대기업 대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대출 비중은 2008년 10.2%까지 올라갔다가 2010년 8.7%로 떨어진 뒤 2년 동안 다시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해엔 11.7%까지 치솟았다. 건설·해운·조선 등 취약업종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금융시장에 이미 떨어진 뇌관이다. 언제 또다른 ‘동양그룹 사태’가 터질지 모를 지경이다. 특히 취약업종 기업의 에이(A)등급 이하 회사채가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게 문제다. 10~12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취약업종 기업의 회사채 물량이 2조2000억원이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상반기(4조1000억원)보다 27%가량 늘어난 규모다. 한은은 기업어음 만기도래 물량도 앞으로 3개월 동안 월평균 1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동양그룹 부실화 영향으로 기업어음과 회사채 시장의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출구전략 등으로 충격이 발생하면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은 보고서는 “부실 기업을 엄격히 선별해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회생이 가능한 기업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신속한 지원체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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