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검찰 수사·실적 논란 부담 느낀 듯
“솔로몬 왕 앞 어머니 심정” 메일 보내
“솔로몬 왕 앞 어머니 심정” 메일 보내
배임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아온 케이티(KT)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케이티는 “이 회장은 이사회에 사의를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사의 표명 뒤 전체 임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최근 일련의 일로 케이티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밝힌 ‘일련의 일’이란 참여연대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두 차례(10월22일, 10월31일~11월1일)에 걸쳐 이 회장과 김일영·김홍진 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09년 1월 케이티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고 지난해 초 연임돼 2015년 초까지 1년 남짓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첫해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개혁 전도사’를 자임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독단·낙하산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경영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내부적인 위기감이 커지는 중이었다.
이 회장은 후임 최고경영자가 정해질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간 논란이 돼온 고배당 정책을 일시 중단하고,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임원 수를 20% 줄이기도 했다. 케이티 한 임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전임) 남중수 사장이 정권 압력을 받다 검찰 수사를 받고 중도하차했는데, 이 회장도 같은 전철을 밟아 또 하나의 나쁜 전례를 남기게 됐다. 정치권과 무관하고 유능한 최고경영자를 뽑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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