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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OECD 회원국이면서 의무는 ‘모르쇠’
정부 ‘해외 진출 기업’ 노동·인권 문제 외면

등록 2013-11-03 20:15수정 2013-11-03 22:12

주거권 등 국제 문제 불거져도
조사·중재 없이 기업 손 들어줘
개선 권했더니 민간에 떠넘겨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 주거권 등 8개 영역을 대변하는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10월1일(현지시각) 포스코에 인도 오리사 제철소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포스코는 120억달러(약 12조8820억원)를 들여 인도에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오리사 주정부가 해당 토지를 불법으로 강탈했다는 주장 등이 제기되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전문가위원회는 “현지 주민 2만2000명이 집을 잃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갈등을 일으켜온 이 사안에 대해, 다국적기업의 인권 침해를 조사하고 중재해야 할 한국 연락사무소(NCP)는 지난 6월 인도 정부가 처리할 사안이라며, 국제민주연대 등이 낸 진정을 종결시켰다. 국제사회에서 인권 침해 우려가 높은데도 정작 한국 정부는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사건을 방치한 꼴이다. 이는 정부가 연락사무소를 파행적으로 운영하면서, 국외진출 기업과 관련한 진정 사건을 구조적으로 방치해온 데 따른 결과라는 주장을 낳고 있다.

1976년에 만들어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국제사회에서 다국적기업들의 노동·환경권,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국제 기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라면 반드시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제기된 진정 사건 등을 조사·중재해야 한다. 2001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외국인투자실무위원회’가 연락사무소 역할을 맡았지만, 접수된 사건을 안건으로 다루는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는 등 제구실을 못해왔다. 진정 사안들은 대부분 조사·중재 없이 자동 종결되거나 현지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다뤄지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돼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 예로 국제인권단체인 지구권리국제본부(ERI)는 2009년 한국 기업의 미얀마 가스 개발 사업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대한 진정을 한국 연락사무소에 냈지만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기업 입장만 반영돼 종결됐다며,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2011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운영 개선을 권고했다. 일부 공무원이 형식적으로 맡고 있을 뿐 노사 및 시민단체 등이 접근할 통로가 마련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국내외의 압박에 산업부는 지난 9월 부처 내 담당 과(해외투자과)에서 맡아오던 연락사무소의 사무국 업무를 대한상사중재원에 맡기기로 운영 규정을 바꿨지만,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민주당 전순옥 의원은 1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연락사무소를 운영하는 44개국 가운데 어느 곳도 민간기관에 운영을 위임하지 않았다. 오이시디 가입국의 의무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 위반 사건의 조사를 담당하고 정부를 대신해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보고하는 등의 중요한 일을 민간기관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상사중재원은 기업 간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으로, 인권 침해 등의 이슈를 다루기 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기업 쪽 의견을 옹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재 기관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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