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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와인 팔아 세운 탁아소…“공정무역이 준 ‘어린이낙원’”

등록 2013-11-05 19:41수정 2013-11-05 20:37

공정무역 포도주 탄디의 양조장에서 만난 포도주 양조자 에이브러햄 더 빌리어스가 자신의 포도주를 소개하고 있다.
공정무역 포도주 탄디의 양조장에서 만난 포도주 양조자 에이브러햄 더 빌리어스가 자신의 포도주를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세계 최대 공정무역 와인 산지 남아공
이맘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텔렌보스 지역에선 계곡마다 포도나무 잎이 푸른 양탄자를 깐다. 이 마을이 속한 웨스턴케이프주의 어느 농장을 가도 비슷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웨스턴케이프는 남아공 최대 포도주 생산지로, 남반구의 초여름인 11월은 포도나무가 한창 자라는 시기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달리 이 동네 농장 ‘니베긴’에서 영글어가는 것은 포도알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오후 남아공 입법수도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1시간 차를 달려 농장 언덕의 농민 공동체 탁아소 ‘파라디스 크레체’를 찾았다. 파라디스 크레체란 ‘어린이의 낙원’이라는 뜻이다. 이날 탁아소에는 2명의 보모가 10여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었다. 기자를 맞은 마을 공동체 위원회의 엘리스마 스톰(34) 사무국장은 “부모가 농장일을 보는 아침 8시에서 저녁 8시30분 사이 공동체가 1~3살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데 모두 60여명은 된다”고 말했다.

1995년 백인계 농장주와 흑인주민
양조-판매 ‘탄디 프로젝트’ 시작
세계 첫 공정무역제품 인증 받아
수익금은 공동체 미래에 투자
큰 업체들도 변화물결 동참 나서

파라디스 크레체는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포도주 ‘탄디’가 맺은 여러 결실 가운데 하나다. 탄디란 ‘사랑’ 또는 ‘키우다’라는 뜻의 아프리카계 코사인 말로,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포도주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이 종식되고 난 1995년 이 지역의 백인계 농장주 폴 클루버는 농원 관리와 포도주 양조 및 판매 등을 이 지역 흑인들이 직접 맡는 ‘탄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탄디는 포도주 가운데 처음으로 2003년 세계공정무역협회(FLO)가 공식 인증한 공정무역 제품이 됐다. 공정무역이란 저소득 국가의 제품에 대해 노동과 환경 등을 고려해 시장 가격보다 높은 ‘제값’을 지급하자는 윤리적 소비 운동을 뜻한다.

이 지역 공동체 대표 찰스 웬(41)은 “수익금 일부를 탁아소부터 청소년 학교 등록금, 성인의 문자 교육비 등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탄디 프로젝트에는 니베긴을 비롯해 3개 농장의 20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만드는 탄디 포도주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14개 나라로 수출된다.

탄디를 필두로 여러 포도주 양조장(와이너리)들이 공정무역 대열에 동참하면서 남아공은 세계 최대 공정무역 포도주 제조국이 되었다. 지난해 전세계 공정무역 포도주 생산량은 총 1640만ℓ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남아공 제품이다. 세계 공정무역 포도주 생산지는 모두 47곳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6곳이 남아공에 모여 있다.

공정무역 포도주 사업으로 결실을 맺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서부 스텔렌보스의 니베긴 농장 공동체 탁아소의 모습. 기자가 방문한 1일 엘
리스마 스톰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공정무역 포도주 사업으로 결실을 맺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서부 스텔렌보스의 니베긴 농장 공동체 탁아소의 모습. 기자가 방문한 1일 엘 리스마 스톰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변화의 물결은 큰 제조사들도 바꾸고 있다. 웨스턴케이프주 로손빌에 있는 ‘유니와인’은 남아공에서 4번째로 많은 양의 포도주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2008년부터 공정무역 포도주를 제조하고 있다. 이날 이 회사 본사에서 만난 피터 크론제 마케팅 매니저는 “세계 포도주 시장은 점차 치열해지면서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기존 경쟁 방식에 한계가 오고 있다. 윤리적 생산은 비교 우위를 얻기 위한 필요 요건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니와인이 지난해 올린 포도주 매출 2000만달러(약 212억원) 가운데 15%를 공정무역 포도주를 통해 올렸는데, 이 회사는 점차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공정무역이라는 방식이 저소득 국가의 빈곤 계층을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에 묶어놓는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만난 니베긴 포도밭의 농부 에디 주리즈(49)에게 그것은 아직 먼 걱정이었다. “공정무역 포도주로 우리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배움의) 기회를 후세에게 주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이 그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게 꿈이다.”

국내의 공정무역 포도주는 생활협동조합 ‘아이쿱’에서 판매하는 탄디 와인이 유일한데 한달 평균 500~600병이 팔린다고 한다.

스텔렌보스/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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