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가는 원전이 훨씬 싸지만
사회·경제적 비용 더할땐 역전현상
㎾h당 원전 143원·가스 121원 수준
사회·경제적 비용 더할땐 역전현상
㎾h당 원전 143원·가스 121원 수준
원전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각 발전원에 대해 공정하게 세금을 거두고 송전망 구축 및 사고위험비용을 대입하면 원전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런 방식으로 가격 체계가 현실화할 경우엔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의 주요한 근거로 들고 있는 원전의 경제성도 명분을 잃을 수 있다.
11일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최근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발전설비별 원가 재산정 시나리오’를 보면,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현재 발전원별 판매단가는 원전이 ㎾h당 47.9원으로 석탄(62.4원)과 엘엔지(119.6원)에 견줘 크게 낮다. 그러나 여기에 사회·환경적 비용을 추가로 포함시키면 상황은 역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전의 단가가 95~143원으로 껑충 뛰게 되고 석탄은 88~102원, 엘엔지의 경우엔 92~121원으로 바뀌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조 교수는 지난달 정부의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낸 민관합동 워킹그룹에서 전력분과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권고안에서 워킹그룹은 “유연탄(석탄)과 원전이 유발하는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세제개편과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유연탄에 대한 과세 신설과 원전에 대한 사고대응 경비 등의 합리적 재산정, 친환경 에너지원인 엘엔지에 대한 과세 완화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이번에 나온 조 교수의 분석은 이런 권고안의 취지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변수를 대입해 이루어졌다. 우선 원전과 석탄에 대한 세금 부과와 대기오염 비용 등을 집어넣으면 원전과 석탄, 엘엔지는 각각 19.1원과 23.5원, 1.6원씩의 비용이 추가된다. 그동안 엘엔지에 대해서는 ㎏당 60원의 개별소비세와 24.2원의 수입부과금, 4.9원의 안전관리부담금 등이 부과된 반면에 원전과 석탄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 외에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왔다. 이에 따라 현재 가스에 붙는 세금을 발전에 필요한 열량(㎉) 기준으로 환산해 원전과 석탄에 새롭게 부과할 과세 규모를 추산한 것이다.
2019년 이후 가동될 원전의 송전망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고려해 지중화 비용도 포함시켰다. 한국전력공사 자료를 활용한 비용 추가분을 보면, 원전과 석탄에 각각 16.2원씩이 더 들어간다.
여기에 원전의 사고위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원전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진다. 사고위험 비용은 우리나라의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토대로 계산한 추정치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비용을 기준으로 추정한 액수까지,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12.3~59.8원이 예상된다. 59.8원은 우리나라 원전 주변에 사는 인구가 더 많다는 점이 감안된 액수이며, 한전 쪽에서는 이 비용을 21.7원 정도로 보고 있다.
세제개편과 지중화 비용, 사고위험 비용뿐 아니라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스 수입 비용 25% 하락 등의 조건까지 모두 대입해 원가를 재산정해보면, 원전의 단가는 최저 95원에서 최대 143원까지 올라간다. 석탄(88~102원)과 엘엔지(92~121원)에 견줘 훨씬 높은 수준이 되는 셈이다.
조 교수는 “공정한 세제와 원가 재평가로 가스의 경제성을 제고해야 한다. 가스 발전의 경쟁력을 높여 근거리 분산형 설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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