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등락 비교
국내 소비자에 환율등 반영 더뎌
국내 소비자에 환율등 반영 더뎌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의 영향에 따른 석유 제품의 국내 소비자가격 하락 폭이 정유사들의 수출 가격에 견줘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적으로 기름값 하락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정유사들은 국내 소비자한테 상대적으로 혜택을 적게 주고 있다는 뜻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 지수(2010년=100 기준)’에서 휘발유 수출가격 지수는 119.52로 지난해 같은 달(133.80)보다 10.7% 떨어졌다. 이에 비해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사이트인 ‘페트로넷’에서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을 보면, 휘발유는 지난해 10월 리터당 2005.7원에서 올해 10월 1903.2원으로 5.1% 내렸다. 지난 1년 사이 동안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의 하락 폭이 정유사들의 수출가격과 견주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최근 3년 사이에 석유제품 수출입 가격지수가 가장 높았던 2012년 3월을 비교 시점으로 삼으면 하락 폭 차이는 더 커진다. 올해 10월까지 휘발유 수출가격 하락률은 21.4%에 이르는 반면에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리터당 2029.9원에서 1903.2원으로 6.2% 하락에 그쳤다. 경유도 같은 기간 수출가격은 13.8%, 수입가격은 14.8% 각각 떨어진 데 비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 하락률은 7.8%에 불과했다. 경유의 수출가격과 수입가격 지수는 큰 차이없이 대체로 동행한 반면, 국내 주유소 판매가는 수출입가와 매달 큰 편차를 보이며 비대칭성이 심했다.
이는 정유사들이 국외 수요자한테는 환율과 국제 시세의 변화를 반영해 발빠르게 대응하지만, 국내 소비자한테는 상대적으로 더딘 가격 정책을 편다는 반증이다. 한은 관계자는 “석유류는 원재료인 원유에서부터 중간재와 소비재까지 국내외 가격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는데 국내 제품 가격만 비대칭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가격 결정구조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10월 전체 수출물가지수(2010년=100)는 전달 대비 1.9% 하락한 91.2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2월(89.07) 이래 5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6월 96.33이었던 수출물가 지수는 7월 95.97을 기록하며 내림세로 돌아선 뒤 4개월 연속 하락세이다. 이처럼 수출물가 지수가 떨어진 데는 원화 강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9월 1087.35원이었으나 10월에는 1066.80원으로 1.9% 하락했다.
수입물가 지수는 전달대비 2.4% 떨어진 99.60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4월(97.06)이래 최저 수준이다. 수입물가가 내리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도 떨어지기 때문에 저물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물가는 9월(-2.3%)에 이어 두달째 2%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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