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이유있는 꼴찌’
조관일·이강후 1년여만에
선거 출마한다고 떠나
김현태는 경영 부실로 사임 수십억 들인 몽골 탄광사업
벌여만 놓고 책임은 안져
감사원서 ‘수익성 없음’ 결론 지난 4일 대한석탄공사는 임직원 임금 인상분과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혁수 사장은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다한 부채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해 질타를 받자 직원들과 함께 이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전임 김현태 사장은 2012년 경영평가에서 최하 점수(E등급)를 받아 간단한 퇴임식만 하고 7월 초에 이미 회사를 떠났다. 2008년 이후 기관장이 1년여 만에 중도 사임한 게 벌써 세번째다. 심진석 석탄공사노동조합 사무처장은 14일 “석탄공사 입장에서는 참 불행한 것이죠. 업무를 제대로 알려면 일년 동안 현장도 보고 고민도 해야 하는데, 기관장들이 일년 몇개월 만에 가버렸다”고 했다. 2008년 8월 선임된 조관일 전 사장은 2009년 12월에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장직을 내려놨다. 2008년 국감에서 조 전 사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에 탈락한 뒤 ‘낙천자 달래기’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다시 출마를 위해 석탄공사를 떠나버렸다. 조 전 사장은 당시 “이명박 정부 만들기의 최선봉에 섰던 사람”이라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도 받지 못했다. 다음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강후 전 사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석탄공사의 주무부처였던 지식경제부 출신으로 2010년 4월 석탄공사에 왔다. 하지만 그 역시 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2012년 1월 사임을 하고 강원도 원주에서 당선됐다. 그 뒤를 이은 또다른 주무부처 ‘낙하산’인 김현태 사장은 2012년 4월 부임 뒤 1년여 만에 경영평가에서 ‘해임건의 대상’이 돼 사임했다. 광산 엔지니어 출신인 심진석 사무처장은 “연료·에너지에 대해 모르더라도 임기는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했다. 제대로 된 경영을 하려면 3년도 짧다. 중간에 나갈 것이었으면 그분들은 지원해서도 안 되고, 뽑아서도 안 될 사람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석탄산업은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국내 탄광은 땅 밑 깊숙이까지 파고들어가야 해 수입산과 가격 경쟁을 하기 힘들다. 연탄값 역시 정부가 서민을 위해 묶으면서 사업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공사는 쌓인 부채와 구조조정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낙하산 기관장의 관심은 정치권에 가 있었다. 기관장이 계속 바뀌는 사이에 석탄공사는 어두운 ‘막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1910억 매출에 당기순손실 96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새 흑자를 기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매해 수백억원대 손실이 쌓이다 보니 자본 잠식은 8100억원(2013년 9월 기준)에 달한다. 최근엔 신규 국외 사업도 말썽을 일으켰다. 석탄공사는 2010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며 몽골 홋고르 유연탄광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성 등 사업 타당성이 없어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석탄공사는 몽골 탄광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데 24억원(지분 60%)을 투자했고, 이 회사가 차입한 234억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말썽이 된 몽골 사업은 ‘낙하산’ 사장들의 작품이다. 2010년과 2011년 당시 석탄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탄광사업을 추진한 직원은 사업 제의에 대해 “(파트너사가) 전임 사장님(조관일 사장)하고 아시던 사이라서 탄광개발 의뢰를 받았다”고 말한다. 또 이사들이 사업타당성에 대해 묻자 이강후 전 사장은 “석탄공사가 일종의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하시고 양해해 달라”고 말한다. 믿어달라던 이들이 떠난 뒤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몽골 사업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면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은 안 됐다. 인사 처분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강후 의원은 “해외 자원개발이라는 게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지, 투자하자마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몽골 탄광은 주변 인프라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곧 채산성이 생긴다.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등 이 사업을 들여다본 이들은 “미숙한 추진이었다”고 진단한다. 부채 줄이기도 힘든 석탄공사 경영 사정에 짐만 더했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지난 3월 낸 ‘자원개발 공기업의 해외투자사업 리스크 관리 역량 분석’ 보고서를 보면, 책임지지 않고 옮기는 기관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 보고서는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필요한 가장 우선적인 요소는 기관장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리스크 관리 전략 및 체계를 구상하는 임원진의 노련함이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그나마 국외 자원 투자사업을 해본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임에도 보고서는 기관장의 지속적인 의지와 노련함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 임원에 올라선 뒤 경영을 부실화시켜 놓고도 성과급과 특혜는 누리면서 임기가 끝나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또다시 자리를 옮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공기업 부실 경영의 책임을 따져물을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선거 출마한다고 떠나
김현태는 경영 부실로 사임 수십억 들인 몽골 탄광사업
벌여만 놓고 책임은 안져
감사원서 ‘수익성 없음’ 결론 지난 4일 대한석탄공사는 임직원 임금 인상분과 경영평가 성과급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혁수 사장은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다한 부채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해 질타를 받자 직원들과 함께 이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전임 김현태 사장은 2012년 경영평가에서 최하 점수(E등급)를 받아 간단한 퇴임식만 하고 7월 초에 이미 회사를 떠났다. 2008년 이후 기관장이 1년여 만에 중도 사임한 게 벌써 세번째다. 심진석 석탄공사노동조합 사무처장은 14일 “석탄공사 입장에서는 참 불행한 것이죠. 업무를 제대로 알려면 일년 동안 현장도 보고 고민도 해야 하는데, 기관장들이 일년 몇개월 만에 가버렸다”고 했다. 2008년 8월 선임된 조관일 전 사장은 2009년 12월에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장직을 내려놨다. 2008년 국감에서 조 전 사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에 탈락한 뒤 ‘낙천자 달래기’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다시 출마를 위해 석탄공사를 떠나버렸다. 조 전 사장은 당시 “이명박 정부 만들기의 최선봉에 섰던 사람”이라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공천도 받지 못했다. 다음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이강후 전 사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석탄공사의 주무부처였던 지식경제부 출신으로 2010년 4월 석탄공사에 왔다. 하지만 그 역시 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2012년 1월 사임을 하고 강원도 원주에서 당선됐다. 그 뒤를 이은 또다른 주무부처 ‘낙하산’인 김현태 사장은 2012년 4월 부임 뒤 1년여 만에 경영평가에서 ‘해임건의 대상’이 돼 사임했다. 광산 엔지니어 출신인 심진석 사무처장은 “연료·에너지에 대해 모르더라도 임기는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했다. 제대로 된 경영을 하려면 3년도 짧다. 중간에 나갈 것이었으면 그분들은 지원해서도 안 되고, 뽑아서도 안 될 사람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석탄산업은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국내 탄광은 땅 밑 깊숙이까지 파고들어가야 해 수입산과 가격 경쟁을 하기 힘들다. 연탄값 역시 정부가 서민을 위해 묶으면서 사업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공사는 쌓인 부채와 구조조정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낙하산 기관장의 관심은 정치권에 가 있었다. 기관장이 계속 바뀌는 사이에 석탄공사는 어두운 ‘막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1910억 매출에 당기순손실 96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새 흑자를 기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매해 수백억원대 손실이 쌓이다 보니 자본 잠식은 8100억원(2013년 9월 기준)에 달한다. 최근엔 신규 국외 사업도 말썽을 일으켰다. 석탄공사는 2010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며 몽골 홋고르 유연탄광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성 등 사업 타당성이 없어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석탄공사는 몽골 탄광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데 24억원(지분 60%)을 투자했고, 이 회사가 차입한 234억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말썽이 된 몽골 사업은 ‘낙하산’ 사장들의 작품이다. 2010년과 2011년 당시 석탄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탄광사업을 추진한 직원은 사업 제의에 대해 “(파트너사가) 전임 사장님(조관일 사장)하고 아시던 사이라서 탄광개발 의뢰를 받았다”고 말한다. 또 이사들이 사업타당성에 대해 묻자 이강후 전 사장은 “석탄공사가 일종의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하시고 양해해 달라”고 말한다. 믿어달라던 이들이 떠난 뒤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몽골 사업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면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은 안 됐다. 인사 처분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강후 의원은 “해외 자원개발이라는 게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이지, 투자하자마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몽골 탄광은 주변 인프라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곧 채산성이 생긴다.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등 이 사업을 들여다본 이들은 “미숙한 추진이었다”고 진단한다. 부채 줄이기도 힘든 석탄공사 경영 사정에 짐만 더했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지난 3월 낸 ‘자원개발 공기업의 해외투자사업 리스크 관리 역량 분석’ 보고서를 보면, 책임지지 않고 옮기는 기관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 보고서는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필요한 가장 우선적인 요소는 기관장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리스크 관리 전략 및 체계를 구상하는 임원진의 노련함이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그나마 국외 자원 투자사업을 해본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임에도 보고서는 기관장의 지속적인 의지와 노련함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 임원에 올라선 뒤 경영을 부실화시켜 놓고도 성과급과 특혜는 누리면서 임기가 끝나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또다시 자리를 옮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공기업 부실 경영의 책임을 따져물을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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