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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선캠프 출신 낙하산 15명 최다…국가미래연 출신도 4명

등록 2013-11-14 20:55수정 2013-11-15 09:07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국가미래연: 대선때 박근혜 후보 싱크탱크

공공기관들, 정부 한해 예산보다 많이 쓰는데…
청와대 내정 앞에 추천위는 ‘들러리
병의원, 약국 등에서 환자 진료비를 제대로 청구했는지 따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장 임기는 지난 3월24일로 끝났다. 하지만 임기 만료된 강윤구 원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 건 아니다.

평가원은 지난 5월 외부 인사로 꾸려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꾸려 3명의 후보를 추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올렸다. 복지부가 명단을 청와대에 올렸으나, 최종 인사권을 행사하는 청와대의 ‘묵묵부답’이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사실상 거부인 셈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선택하지 않은 이상 이미 끝난 일이다. 다시 공모를 거쳐 재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추위는 ‘낙하산’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임원이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선임될 수 있도록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맞춰 꾸려진 기구이지만, 청와대의 ‘노’(아니다)란 신호는 이를 쉽게 무력화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공공기관 임원 선임 절차는 여전히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임추위는 원래 임원의 임기 만료 두달 전에 외부 인사와 비상임 이사 등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기관장이나 감사가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곳이 수십 곳에 이르지만, 정작 임추위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없으면 밑에선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박해철 한국노총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은 “사실상 공석인 임원 선임을 위한 임추위조차 꾸리지 못하는 것은 속된 말로 위에서 ‘오더’(낙점)가 없어서다. 누군가 낙점됐다는 말이 없는 상황에선 임추위를 쉽게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박근혜 정부가 7월에 밝힌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이 정책을 마련한 기획재정부는 “임원 인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그 구체적 방안 가운데 하나로 임추위의 독립성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말뿐이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직 고위 간부를 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식품

정보원 이사회 및 원장추천위원회 결정에 거의 ‘협박성’ 재심의 명령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임추위에서 4명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했으나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퇴짜를 놨다. 공운위 한 민간위원은 “과거엔 안 그랬는데 새 정부 들어서 논란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당선인 신분으로 낙하산 인사 중단 선언을 한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달리 현 정부 들어서 이뤄진 공공기관장 인사 가운데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5.5%가 낙하산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공신’들이다. 캠프 출신이 35명의 낙하산 인사 가운데 15명에 이른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 노릇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도 4명이나 된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임추위가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김병섭, 박상희는 ‘공공기관 임원의 정치적 임명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1993~2009년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의 임명을 분석한 결과 소위 낙하산 인사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기관장 및 임원 추천위원회 제도의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14일 사회공공연구소와 <한겨레>가 분석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35명 가운데 4명은 아예 공모 이전부터 내정설이 돌던 인물들이었다.

상당수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의 경우 임추위를 거쳐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공운위의 무용론도 대두되고 있다. 공운위는 임추위가 3~5배수로 후보를 추리면, 이를 다시 2~3배수로 압축해 청와대로 올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청와대에서 하는 건데 왜 임추위를 거쳐 시간만 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운위 또한 임추위처럼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공운위를 거치는 과정을 생략하고, 임추위에서 곧바로 청와대에 올리는 임원 선임절차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잘못 운영할 경우 청와대가 보다 손쉽게 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

현재 제도의 절차적 투명성조차도 미흡하다. 임추위 구성과 회의 내용은 모두 비공개로 비밀주의에 가려져 있다. 우리나라 1년치 예산(중앙정부 기준)보다 약 130조원이나 많은 예산을 쓰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이 누가 되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지만, 그에 견줘 그들의 임명 과정은 부실한 편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은 임추위에 주로 주무부처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이 참여하는데, 이를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다양한 외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또 심사 기준과 검증 결과도 회의록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자기 뜻대로 뒤집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만큼 낙하산 인사를 없애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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