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부의 인상안 발표 앞두고 반대하는 자료집 내놔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 높아” 주장…한은 자료선 실제 비중 1.3% 불과
산업용요금 OECD 평균값의 67%…전문가 “싼 전력값이 되레 소비 늘려”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 높아” 주장…한은 자료선 실제 비중 1.3% 불과
산업용요금 OECD 평균값의 67%…전문가 “싼 전력값이 되레 소비 늘려”
‘전기요금을 올리면 산업 경쟁력이 추락한다?’
이달 중으로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재계의 공세가 거세다. 이와 동시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재계 쪽 논리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반박도 나온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여년 전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발간한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오해와 이해’ 자료집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이 생산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해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원가 가운데 전기요금 비중이 높은 기간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다른 산업 및 소비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지 않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9가지 쟁점에 대한 재계 쪽 이해를 담은 이 자료집은 18~22일 국회와 정부 부처, 회원사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경련 쪽의 논리는 맹점투성이다. 한 예로, 전경련이 내민 제조원가 가운데 전기요금 비중은 철강과 면방이 각각 25%, 시멘트 22%, 제지 16.2%, 석유화학 11% 등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심지어 화학제품의 일종인 클로르알칼리의 경우엔 70%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기간산업협의회의 자료를 인용한 이 통계의 제조원가에는 가장 큰 비중인 재료비가 빠져 있다. 통계를 재계 쪽 입맛에 맞게 재구성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원가 비중을 따질 때는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활용한다. 지난해 제조업의 제조원가 가운데 전기요금(전력비) 비중은 1.33%에 그쳤다. 10여년 전인 2001년 1.64%에 견줘서도 낮아졌다. 같은 기간에 재료비 비중은 68.8%에서 72.4%로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큰 편인 금속주조업(4.59%)과 펄프·종이(3.99%), 철강(2.85%) 등도 5%를 넘지 않는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특정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산업경쟁력 약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력소비의 55.3%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의 요금수준은 ㎿h당 82.4달러(2012년 기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값인 122.3달러에 견주면 67% 수준이다. 원가회수율도 지난해 기준으로 89.4%에 그친다. 더군다나 제조 대기업이 주로 쓰는 경부하 시간대(밤 11시~오전 9시) 요금은 원가 대비 64%에 불과하다.
낮은 요금은 기업들이 전기 의존도를 높여온 배경이 됐다. 우리나라의 2011년 산업부문 전력소비 증가율은 2000년에 견줘 63.6% 늘었고, 2008년보다는 22.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에 오이시디 국가들의 평균 전력소비량은 각각 5.3%와 1.9%가 줄었다.
전경련은 산업부문에서 전력을 많이 쓰는 것은 제조업 비중(30.5%)이 높은 산업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에 견줘 가파르게 증가해온 전력소비 증가율 추이를 보면 왜곡된 가격체계에서 원인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2009년 2분기에는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1% 하락했는데도 전력소비 증가율은 2.0%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오이시디 주요국들의 전력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면서 감소세로 전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에너지원 가격이 국제시세에 따라 상승할 때도 전기요금은 최소 수준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로, 국내 제조업 전력설비 가운데 공정용 히터 및 건조기 비중은 2001년만 해도 3.6%에 그쳤지만, 2010년에는 39%로 늘었다. 전력을 가동할 필요가 없는 영역에서조차 급속한 전기화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전력 다소비 산업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발전설비를 계속 늘리는 공급 중심의 전력수급계획이 이어져왔고 다시 이런 사정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억제해온 ‘악순환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2차 에너지인 전력값이 1차 에너지인 석유값보다 저렴한 가격체계가 형성되면서 전기화가 가속화됐고 원전 의존도 심화 및 송전망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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