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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못 내놓은 까닭은?

등록 2013-11-21 19:54수정 2013-11-22 08:24

‘서민증세·부자감세’ 논란 불똥 튈라
현행 누진율 완화 실행하면
많이쓰는집 인하·적게쓰는집 인상
‘누진율 지나치다’ 공감대 형성에도
“친서민 정책 어긋날라” 눈치만
“‘슬로프’(누진율)를 낮추면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은 요금이 떨어지고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를 소외계층으로만 보기는 어렵지 않나. 하지만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안 돼 있어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19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발표되지 못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애초 정부는 이날 전기요금 인상안과 함께 누진제 개편안도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다음달 초 한국전력공사가 개편안을 내고 국회 공청회 등을 우선 거치기로 했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앞세워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그 내용에 따라 요금 인상보다 훨씬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자칫 ‘서민 증세’ 혹은 ‘부자 감세’ 논란의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석유파동을 막 겪고 나서인 1974년에 주택용에만 도입됐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높은 요금을 매겨, 절전을 유도한 것이다. 전기를 덜 쓰는 서민 가정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도 있었다.

이런 누진제에 대한 개선 요구는 적용 요금이 100㎾h 단위로 올라가는 구간이 여섯 단계로 많고 누진율(1단계와 6단계의 요금 차이)도 11.7배로 과도하다는 데서 나왔다. 일본(1.14배)과 미국(1.1배) 등 다른 나라들에 견줘 차이가 큰데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겨울철에 중산층 가정들이 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현행 제도의 개선 취지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무르익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누진구간과 누진율을 완화하는 쪽으로 갈 경우엔 전기를 덜 쓰는 가구는 돈을 더 내야 하고 더 쓰는 가구의 요금은 대폭 깎아주는 효과가 나온다. 한 예로, 정부가 지난 2월 국회에 냈던 시나리오는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과 3단계·3배 수준으로 개편하는 방안, 4단계·8배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 세 가지였다. 한 달에 150㎾h를 쓰는 저소비 가정은 각각의 예시안에 따라 더 내야 하는 요금이 6549원, 3832원, 421원이었다. 반면에 601㎾h를 사용하는 다소비 가정은 12만7120원, 5만4928원, 3만3470원을 덜 내게 되는 식이다.

개편안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누진제를 완화하려다가 저소득층 부담은 늘리고 고소득층은 감면 혜택을 주는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 쪽에서는 전기를 덜 쓴다고 해서 반드시 저소득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거와 달리 가전제품 보급이 확산되면서, 소득보다는 식구 수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신 급증한 1~2인 가구가 소득과 무관하게 누진제의 혜택을 챙겨 간다는 논리다.

하지만 달라진 환경에도 불구하고 소득과 전력사용량과의 상관관계는 완전히 별개로만 보기는 어렵다. 임소영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2011년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 1분위 가구(소득 46만9000원)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231㎾h, 10분위 가구(소득 830만5000원)는 372㎾h였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새누리당은 1~2단계(사용량 200㎾h 이하)에 대해서는 원가를 밑도는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자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를 많이 쓰는 구간에 대해서는 요금을 내리지 않고 중간 구간에서 요금 인하가 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1~2단계는 저소득층으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원가회수율도 너무 낮아서 현실화할 필요가 있는데 친서민 정책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있어서 좀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기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한다. 전기 다소비 최고 구간을 신설해 누진율을 높여야 하며, 산업용 전기요금에도 누진제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거부문 1인당 전기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누진제가 수요 관리를 도왔다는 얘기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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