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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새 금맥인가 거품인가

등록 2013-12-03 20:11수정 2013-12-04 16:27

※ 클릭하면 이미지가 크게 보입니다.
[경제 쏙] 주목받는 비트코인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트코인 거래소가 개설돼 개인 사이에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사이버 세계의 금맥이란 시각과 투기 바람을 탄 거품이란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 열풍의 배경에는 어떤 사정이 깔려 있는 것일까?

‘2만7415배.’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달러 환산 가치는 일본 도쿄에 있는 거래소 ‘마운트곡스’ 기준으로 2010년 7월17일 0.049달러에서 이달 2일엔 1096.63으로 거의 2만7000배 급등했다. 올해 연초 대비 상승폭도 82배 정도로 무서운 기세다. 비트코인 이전에도 싸이월드 도토리나 페이팔 같은 온라인 가상 화폐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비트코인이 이례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새로운 사이버 골드의 출현?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필명을 쓰는 개인인지 집단인지 알 수 없는 개발자에 의해 처음 고안돼, 2009년 1월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가상화폐이다. 사토시는 2008년 논문을 통해 “피투피(P2P·개인 대 개인) 네트워크 사용, 중앙 기관 배제, 참여자 익명성 보장” 같은 원칙을 밝혔다. 리눅스와 마찬가지로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으며, 도토리나 페이팔과 달리 별도의 중앙 통제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우선 전자 지갑(wallet)을 인터넷상에서 개설해야 하는데, 개설 과정에 별다른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예금주에 대한 익명성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은행이 무제한 찍어낼 수 있는 기존 화폐와 달리, 발행량이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되도록 개발자에 의해 처음부터 프로그램화돼 있다는 데 있다. 2009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비트코인은 2일까지 약 1200만 비트코인이 나와 있다. 미국이 ‘양적 완화’로 달러를 계속 풀면서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비트코인 인기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금을 캐는 것처럼 직접 ‘채굴’(mining) 하는 방법과, 기존 화폐를 주고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에 있는 거래소에서 사들이는 방법이 있다.

채굴은 컴퓨터에서 순차적으로 문자를 대입해 보는, 단순 반복적인 연산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개발자에 의해 프로그램화돼 있다. 비트코인은 처음 4년간은 10분마다 새로운 블록이 생성되며, 새로운 블록 1개당 50비트코인이 생성되다가, 현재는 1블럭당 25비트코인이 발행되도록 프로그램화돼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연산 작업의 난이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개인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개인용컴퓨터에 깔아 비트코인을 캔다. 개인용 컴퓨터의 연산 능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연산능력을 높일 수 있는 보조장치인 채굴기를 부착하는 경우가 많다. 채굴기는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 생산한 것을 많이 쓰는데, 개인이 쓰는 채굴기 가격은 몇만원대에서 몇백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채굴기를 부착했어도 개인 혼자 힘으로 비트코인을 캐기는 어렵기 때문에 채굴자들이 여럿 모인 채굴 풀에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채굴 풀에서 캐낸 비트코인은 채굴에 기여한만큼씩 참여자에게 분배된다.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로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에서 유영석 대표가 세계의 비트코인 거래를 모니터로 살펴보고 있다. 이날 1비트코인 가격은 123만8000원을 기록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로 한국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에서 유영석 대표가 세계의 비트코인 거래를 모니터로 살펴보고 있다. 이날 1비트코인 가격은 123만8000원을 기록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례적 열풍 왜
무한정 돈 찍는 금융시장 반발
생산량 제한 두고 익명성 보장
수수료·환전비용 없어 투자매력

“새로운 사이버 골드”
중앙통제기관 없이 P2P 거래
버냉키 “가장 빠른 지급수단”
3년만에 가격 2만7천배나 뛰어

“17C 튤립 투기와 비슷”
순수한 화폐제도에 대한 동경일 뿐
폭등한 만큼 폭락 가능성 상존
상품거래도 제한 ‘거품’에 불과

이렇게 채굴기를 사들이고 채굴 풀에 가입해서 비트코인을 캐도, 캘 수 있는 양은 매우 적다. 저장장치인 유에스비(USB) 형태의 소형 채굴기 10여개를 장착하고 채굴 풀에 가입해도 하루 개인에게 돌아오는 비트코인 양은 소수점 세자리수 이하 정도다. 홍콩 등에 있는, 비트코인을 상업적으로 채굴하는 공장 같은 ‘채굴 팜’(mining farm) 등에 견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거래는 원화를 주고 사는 방법이 대세다. 한국에도 지난 4월에 사설 거래소인 코빗이 생겻다.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개인이 비트코인을 채굴하면 가정용 전기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별로 없다. 국내에는 비트코인 채굴 시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는 이들은 모두 개인이며, 숫자는 5000~7000명 사이”라며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국내 투자자는 1만여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세계 각국 비트코인 거래소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코빗이 주최한 한국비트코인밋업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아무개씨는 “차익 거래는 실제로 가능하다. 다만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 등에서 생기는 세금 문제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테마주도 생겨나고 있는데, 대만 채굴 전용 메인보드 생산업체의 국내 총판으로 알려진 에스지에이(SGA)의 주가가 지난 25일에 견줘 2일 42%가량 상승한 것이 대표적 예다. 비트코인은 국내에서 지난 1일부터 파리바게트 인천시청역점에서 현금과 마찬가지로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예외적인 경우다. 일반 거래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튤립 처럼 거품? 비트코인은 지난 4월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 안전자산을 찾은 이들 때문에 가격이 폭등해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키프로스에서는 고금리를 노린 투자자금들이 있었는데, 금융위기를 맞은 키프로스가 이 계좌들에 과세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비트코인이 주목을 받았다.

비트코인은 통제하는 중앙 기관이 따로 없고 개인 대 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 완전히 금지하기도 어렵거니와 개인의 거래나 보유 현황을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은행 등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별로 들지 않는다는 점 등이 주목을 받았다. 보관 수단인 지갑 자체에 개인 정보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비트코인은 4월에 가격이 1비트코인당 200달러대로 올라섰다. 또한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비트코인 청문회에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비트코인이 돈세탁 등 불법적으로 악용될 위험성도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지급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즉시 비트코인 가격은 900달러를 넘어섰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최초의 자본주의 투기 붐인 ‘튤립 투기’처럼 한순간의 거품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회의론자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그는 “(통화량이 정해져 있어 비트코인이 교환수단이 될 경우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적인 성격 때문에 비트코인은 축적의 대상은 되지만, 실제 상품거래에 활발히 이용되지 못할 것이며, 비트코인의 밑바탕에는 통화당국의 무분별한 통화증발에 의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더불어, 인간의 오류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화폐제도에 대한 동경이 깔려 있다”고 밝혔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비트코인의 온라인 결제수단으로, 그리고 투기적 자산으로의 인기는 상당히 이어질 듯 하다”면서도 “투기적 수요는 버블이 언제나 그렇듯 투자자 심리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이므로 폭등한 만큼 폭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트코인이 투기적 수요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현실이 오히려 거래를 결제하기 위한 ‘화폐’로서의 역할과는 모순된다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르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려고만 하고, 정작 사용하려는 유인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비트코인이 도박 같은 불법행위의 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고, 전자지갑을 분실할 경우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으며, 해킹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빗의 김 이사는 “현재 비트코인 열풍에는 분명히 투기적인 수요도 섞여 있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의 가상 화폐로서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의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일부 지역에서 대안 화폐로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중앙권력이나 양적완화를 일삼는 중앙은행에 대한 반발심리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한순간의 유행병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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