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주식 투자액의 38% 가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는 18일 국민연금의 투자 공시와 국내 500대 기업 공시를 토대로 국민연금 주식 투자 평가액을 조사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5% 이상 투자한 기업은 모두 137개사였고 평가액은 59조6306억원(지분율 5% 이하 및 비상장사 제외)이었다. 국민연금 지분 보유 현황은 올해 3분기 말(9월30일) 기준이고, 평가액은 지난 16일 종가 기준이다. 국민연금은 5% 이상 투자한 기업에 대해 분기마다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국민연금 투자 내역을 평가액 비중으로 환산해보면 삼성그룹(14개사)이 26.7%, 금액으로는 20조6622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8개사) 투자 지분 평가액 비중은 11.8%로 9조4415억원으로 집계됐다. 3위는 5조347억원(6.3%)의 에스케이(SK)그룹, 4위는 3조8322억원(4.8%)의 엘지(LG)그룹이 차지했다. 이어 5위는 포스코 2.8%, 6위 롯데그룹은 1.9%순 등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그룹 안에서도 삼성전자 편중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이 15조3274억원으로 전체 주식투자 지분 평가액의 19.1%였으며, 14개 삼성그룹주에서 차지하는 평가액 비중은 74.2%에 달했다. 삼성·현대차 이외에도 국민연금의 대기업 투자 편중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5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4.2%, 이를 10대 그룹 소속으로 좁혀보면 57.5%, 5대 그룹으로 좁혀봐다 51.3%로 여전히 절반을 넘었다.
박주근 시이오스코어 대표는“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이 몇몇 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 같다. 국민연금은 공공적 성격을 지닌 기금인데 투자 대상이 쏠려 있으면 위험 관리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투자 지분이 10%를 초과하는 기업은 모두 17개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한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이후 단 한주를 사고 팔아도 5일 안에 공시해야 하는 ‘10% 룰’의 적용을 받았으나, 지난 8월 이 규정이 폐지되면서 좀더 공격적인 주식 매매의 여지가 생겼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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