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식시장 전망의 전제 중 선뜻 찬성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유럽 경제가 회복돼 중국의 수출이 늘고 그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제가 그것이다. 유럽 경제 회복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수준이다. 성장률이 올해 0.1%에서 내년에 1%로 높아진다고 해도 수요가 크게 늘긴 힘들다. 1%는 사람들이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성장률 인데다, 수요 증가 폭도 작아 유럽 역내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형태가 국내에도 적용된다. 내년 상반기에 우리 경제 성장률이 3.5%로 높아져도 이를 체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표 회복이 경제 심리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미지수일 뿐 아니라, 회복 정도가 약할 경우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작아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금융 정책이 수정되면 주가가 급락할 거란 전망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18일(현지시각) 미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예상과 달리 상승했다. 오랜 악재가 해소됐다는 점과 양적 완화 축소를 시작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주가가 약세로 전환되는 건 기존 보유 채권을 처분하는 조치가 내려진 뒤일 것이다. 실제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어야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의미가 된다. 그 시기는 대략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장기 이벤트가 현실화될 때 주가 반응을 보면 최근에 나타난 주가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금융실명제는 1982년에 처음 거론된 뒤 12년 동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주가를 끌어내렸던 악재였다. 당시에는 금융자산 등록과 거래를 실명으로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던 데다, 많은 지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갈 거란 생각이 있어서다. 그러나 19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적으로 발표된 뒤 주가는 열흘 정도 하락하다 다시 상승했다. 가장 큰 악재가 없어진 만큼 더 이상 상승을 막을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전제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느냐 아니냐는 시장 상황과 변화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만일 유럽 경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상승을 보이거나, 1분기에 미국이 채권 매입을 단숨에 중단해 버린다면 주가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전망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야 한다. 대부분이 예상하는 정도로 변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