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자원사업 7억달러 투자 실패
3분기까지 1700억 당기순손실 기록
중국내 자산 SK하이닉스 등에 팔아
3천억 현금 확보 ‘경영 자금’ 마련해
우량 계열사 동원한 밀어주기 논란
3분기까지 1700억 당기순손실 기록
중국내 자산 SK하이닉스 등에 팔아
3천억 현금 확보 ‘경영 자금’ 마련해
우량 계열사 동원한 밀어주기 논란
에스케이(SK)그룹의 모태인 에스케이네트웍스가 중국 내 자산들을 계열사에 처분해 3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마련했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나섰던 국외자원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회사 경영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우량 계열사들이 동원돼 그룹 차원의 밀어주기 논란이 일 전망이다.
에스케이그룹의 지주회사인 에스케이㈜는 지난 20일 에스케이네트웍스로부터 에스케이차이나 주식 9.62%와 에스케이인더스트리얼 디벨롭먼트 차이나 주식 7.5%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매입대금은 각각 288억1000만원과 372억9000만원이다. 같은 날 에스케이하이닉스와 에스케이종합화학도 에스케이네트웍스로부터 중국 베이징 에스케이빌딩(에스케이다샤) 지분 15%씩을 1123억6000만원에 각각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에스케이그룹은 2008년 4000억여원에 40층 규모의 베이징 에스케이빌딩을 매입했는데, 에스케이텔레콤(33%)과 에스케이에너지(현 에스케이이노베이션·32%), 에스케이네트웍스(30%)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이날 발표된 그룹 내부거래로 에스케이네트웍스는 현금 2900억여원을 손에 쥐게 됐다. 네트웍스는 이노베이션(에너지), 텔레콤(통신)과 함께 에스케이의 3대 주력사 가운데 하나인데, 올해 3분기까지 17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는 2010년 10월 브라질 철광석업체 엠엠엑스(MMX)에 7억달러를 투자한 게 실패한 탓이 크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2013년 최고와 최악의 투자’ 기사에서는 85.4%의 손실률을 기록한 엠엠엑스 광산을 최악의 국외 증시 투자처로 선정하기도 했다. 엠엠엑스 모회사인 이비엑스(EBX) 전체가 경영난에 휩싸이면서, <포브스> 발표 세계 억만장자 8위(345억달러)까지 올랐던 에이키 바치스타 회장이 빚쟁이로 전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에스케이네트웍스의 엠엠엑스 투자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챙겼던 사안이다. 모회사 이비엑스의 바치스타 회장을 한국으로 초청해 직접 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에는 브라질 현지로 날아가 바치스타 회장과 사업 확대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외자원사업을 유난히 강조하고, 석유공사 등이 동원되던 시절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에스케이그룹은 최 회장의 자원경영을 강조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석탄 사업과 함께 브라질 엠엠엑스 철광석 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엠엠엑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은 에스케이네트웍스의 몫이 됐다. 올해 초 대표이사가 교체됐으며, 서울 대치동 신사옥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엔 10년 만에 명예퇴직이 실시돼 직원 18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임원도 20% 이상 줄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최근 그룹 인사 때 (실적이 안 좋은) 네트웍스는 임원 3분의 1을 줄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그룹 지주사와 계열사들이 에스케이네트웍스의 중국 내 자산을 매입해줘 밀어주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네트웍스 지분을 인수한 에스케이하이닉스와 에스케이종합화학은 올해 가장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 우량 계열사들이다. 특히 지난해 초 에스케이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된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3분기 잇달아 최고 실적을 올렸지만, 경기변동에 민감한 반도체 특성상 불황기를 대비해야 하고 20일엔 조 단위 자금이 소요되는 이천공장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실적 좀 괜찮다고 그룹 편입 2년도 안 돼 계열사 자산을 떠넘기느냐’는 지적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에스케이 쪽은 “베이징 에스케이빌딩 등은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인수해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수는 없었다. 지분 평가액은 외부기관을 통해 정해져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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