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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구두팔아 이익 절반 사회에…“존경받으면서 돈 벌어야죠”

등록 2013-12-24 17:11

김원길 안토니·바이네르 대표이사가 경기 고양시의 공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 대표는 “돈은 모으기 위해 버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버는 것이고, 사회에 유익하도록 돈을 쓰는 것이 가장 잘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길 안토니·바이네르 대표이사가 경기 고양시의 공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 대표는 “돈은 모으기 위해 버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버는 것이고, 사회에 유익하도록 돈을 쓰는 것이 가장 잘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기업특집] 나눔경영
김원길 안토니·바이네르 대표
직원 레저용 요트·별장 등 마련
국외 연수 기회 ‘함께 행복 나눔’
값폭락 농가서 배추·귤 대량구매
판매수익 5500만원 사회 기부도
“세금 내고 연구비 남겼으면 됐다”

회사 돈으로 억대 스포츠카를 사고, 요트 1대와 수상레저용 보트 4대를 사고, 경기 가평군 청평호와 제주도에 별장을 사들였다고 하면, ‘아직도 그런 정신나간 사주가 있냐’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모든 호사스런 것들을 사주가 아니라 직원들을 위해 샀다면 ‘정말 그런 회사가 있냐’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컴포트 슈즈(발이 편안한 데 초점을 맞춘 기능성 구두) 국내 1위 업체 안토니·바이네르의 얘기다.

18살에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워 직원 200여명의 알짜 기업을 일군 김원길(52) 대표이사의 좌우명은 ‘누구보다도 즐겁게 살겠다. 직원들에게 욕먹으면서 사업하지 않겠다. 사회의 존경을 받으며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취미가 무척 많다. 골프, 스키, 승마, 수상스키, 래프팅, 요리,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다. 오는 연말에는 2주 동안 휴가를 내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 서핑을 배울 예정이다. 직원들도 함께 즐거워야 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월급은 기본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경기 고양시의 공장 주차장에 세워둔 5500㏄급 벤츠 스포츠카를 타고 자유로에서 스피드를 즐긴다. 보트를 몰 수 있는 면허증을 딴 직원이 100명이 넘는다. 여름이면 회사 별장에 묵으며 수상 스포츠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장, 봄가을엔 승마장에서 논다. 출산장려금 50만원, 셋째 아이 출산 시 2000만원을 지원한다. 2년 이상 근속한 직원은 국외연수를 보낸다. 김 대표의 명함 뒷면에는 ‘승자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쉬지만, 패자는 허겁지겁 일하고 빈둥빈둥 놀고 흐지부지 쉰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회사에서 주고받는 인사말은 ‘굿모닝’으로 통일했다. 아침이나 점심이나 저녁이나 모든 임직원들은 서로 ‘굿모닝’으로 인사를 한다. 김 대표는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을수록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그래서는 즐거울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는 항상 ‘굿모닝’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면서 존경까지 얻을 수 있는 게 ‘나눔’이다. 올해 감귤 농사가 풍년이라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제주도의 한 농가로부터 감귤 10㎏짜리 600상자를 1500만원을 주고 샀다. 전국 매장에서 구두를 사는 고객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면서 맛있으면 더 주문하라고 농가 연락처를 알려줬다. 귤 농가는 계속 밀려드는 주문전화로 일손이 달릴 지경이라고 한다.

배추 농가들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는 농협 하나로마트로부터 배추 5000만원어치를 사서, 고객이 3포기를 살 때 바이네르 광고 스티커를 붙인 1포기를 덤으로 주도록 했다. 중소기업 제품 전용 홈쇼핑몰 ‘홈앤쇼핑’에서 판매한 구두 7000켤레의 수익금 5500만원을 모두 중소기업중앙회 사랑나눔재단에 기부했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들을 제치고 사랑나눔재단 기부금액 순위 2위를 차지했다. 회사 인근에 있는 국립암센터에 연구개발비로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올해 이 회사가 사회공헌사업에 쓴 돈이 7억원 가까이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돈을 써도 되는 걸까. 김 대표는 “세금 다 내고 연구개발비 남기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7년 구제금융 사태를 간신히 버텨내고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기 시작할 무렵 ‘이러다가 나도 성공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과연 성공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3년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성공이 무엇이냐’고 묻고 다녔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행복과 존경’이다. 김 대표는 “돈 벌면서 욕먹는 사람 많이 봤다. 그럴 바엔 돈 안 버는 게 낫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어야지 황폐하게 만들면 안 된다. 최고 실력을 갖추고 신나게 일하는 기술자들과 고객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세계 1위 구두회사를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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