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자 금리 변동기 선택은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 상승 가능성
고정-변동 금리차 따라 선택 달라
경제구조 저성장·저금리 기조 진입
과거 같은 고금리 회귀 가능성 낮아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 상승 가능성
고정-변동 금리차 따라 선택 달라
경제구조 저성장·저금리 기조 진입
과거 같은 고금리 회귀 가능성 낮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1월부터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가계 대출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지난 1년 동안 변동금리가 크게 내리면서 금리를 갈아타려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미국발 변수로 인해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단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 지수) 금리는 연 2.60%(신규취급액 기준)로, 코픽스 도입 이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반대로 금리가 올라갈 것 같으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 같은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진다면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해보겠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우선, 본인에게 제시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를 따져 0.5%포인트 안팎이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금리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 금리를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가 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면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는 최저 연 3% 중반까지 낮아진 반면, 고정금리는 연 4% 중반이다. 코픽스 금리가 매달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요즘 변동금리로 갈아타려는 대출자들의 문의가 은행 창구로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변동금리가 불리한 기간이 일부 생길 수 있겠지만 10년 이상 장기 대출의 경우 평균 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앞으로 3년 이내에 대출 원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는 경우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좋다. 조기에 상환할 수 있는데 굳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고정금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비슷한 대출 조건에다 향후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대출을 계획적으로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랫동안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시 벌어지고 있다.
결국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는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준금리는 연 2.5%로 미국의 제로 금리와 달리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경제구조가 이미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접어들어 과거와 같이 높은 금리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대체로 ‘단기 대출은 변동금리, 장기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는 게 현재 국면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여파로 국내 금리도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급격히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내년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양적 완화 축소를 단행할 경우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일수 국민은행 강남스타피비(PB)센터 팀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금리가 상승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지만, 여전히 변동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당장 금리 조건을 변경하기보다 상환 능력과 기존 대출의 금리 수준 등을 살핀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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