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문기업 300곳 육성하기로
미국의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IDEO)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500명 가량의 전문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매출은 1억달러에 이른다. 아이디오는 디자인을 의뢰한 고객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해왔다. 세계 최초의 노트북이라 할 수 있는, 키보드 부분과 모니터 부분을 접고 펴는 형태의 컴퓨터인 ‘그리드 컴퍼스’도 이 회사 창업자의 손길을 거쳤다. 아이디오는 애플과 도요타, 스타벅스, 삼성 등의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보스턴항 등 ‘공간 디자인’, 현대카드 등 ‘브랜드 디자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 디자인 시장의 규모는 2006년 839억달러에서 2011년 891억달러, 지난해 920억달러 등으로 계속 성장세를 타고 있다. 특히 단순히 제품 외관을 개선하는 데서 벗어나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이 활용되면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은 대부분 영세한 데다 단순 스타일링이나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 역량이 쏠려 있다. 디자인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디자인 전문기업은 3900여개사인데 대부분 매출 5억원과 직원수 5명을 밑도는 작은 기업들이다. 기획형 전문 디자인 기업은 30곳 안팎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디자인산업을 포함한 ‘고급두뇌 전문기업 육성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단순 생산이 아닌 기획·설계 등의 능력을 보유하고 다른 완제품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를 이른바 ‘두뇌산업’으로 부르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두뇌산업의 부가가치율이 높고 고급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한 예로 디자인 산업의 부가가치율(2010년 기준)은 67.5%로 반도체(30.8%)나 조선(30%)산업에 견줘 훨씬 높다. 이에 산업부는 2018년까지 300개의 두뇌 기업을 육성하기로 하고 내년에 전용펀드 조성에 150억원, 융자지원에 3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두뇌산업에는 디자인 외에도 엔지니어링과 임베디드소프트웨어(제품에 내장돼 해당 기기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등이 해당되는데 아직 핵심 서비스를 대부분 해외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엔지니어링 업종의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세계 225대 수출기업이 전체 매출의 87.7%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국내 기업은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한 11개사로 점유율이 1.4%에 불과하다. 현재 엔지니어링 기업 3635곳 가운데 매출 30억원 이상, 1인당 매출액 1억 이상인 기업은 367곳에 불과하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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