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l 새로 바뀌는 GDP통계기준
우리나라의 2010년 국내총생산(GDP)은 1173조원입니다. 그해 국내에서 새로 생산된 재화의 서비스의 가치, 즉 부가가치를 모두 합산한 금액입니다. 그해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에 국내외 소비자들이 지출한 돈을 모두 더한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새로운 통계기준을 적용하면 2010년 국내총생산이 1220조원으로 종전보다 4%(47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놨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도 800달러가량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통계기준이 어떻게 바뀌기에 이런 일이 생길까요?
기업의 재무제표처럼 한 나라의 생산과 소득, 소비 등의 거시경제 흐름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지표를 ‘국민계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엔이 각국에 권고한 기준인 ‘1993년판 국민계정체계(SNA: System of National Account 1993)’에 따라 한은이 통계를 작성합니다. 한은은 내년 3월부터 이를 ‘2008년판’으로 바꿉니다. 2008년에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국민계정체계의 개정안을 마련했고, 이에 맞춰 한은이 2010년부터 전면적인 통계개편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는 이미 2008년판 계정체계로 국내총생산 등을 발표하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내년 가을께 변경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합니다.
개편안에서 우리나라 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개편 내용은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예술품 원본과 문화 콘텐츠 같은 지식 재산물입니다. 지금까지는 둘 다 최종 생산물에 들어가는 비용(중간소비)으로 처리됐는데 개편안에서는 ‘총고정자본형성’이라는 자산 항목으로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물건을 생산할 때 총비용 70원 중 연구개발비 20원이 포함된 경우 부가가치는 30원으로 산출됩니다. 하지만 개편안이 적용되면 연구개발에 들어간 돈이 비용에서는 빠지고 자산 증가로 바뀌기 때문에 부가가치는 50원으로 늘어납니다.
경제는 늘 생물처럼 바뀌기 때문에 국민계정의 회계기준과 작성 방식도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연구개발 투자나 문화·예술품 원본의 가치가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이 변경된다고 해서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국민 생활수준이 달라지는 건 물론 아닙니다. 국민계정체계의 본질적인 약점이 해소되는 것도 아닙니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1968년 선거 유세에서 국민계정체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또는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을 반영하지 않는다.…(중략)…또한 우리의 용기, 지혜, 국가에 대한 헌신도 측정하지 못한다. 요컨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외의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으며, 우리가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 외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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